옥천군의회가 확정한 2026년도 행정사무감사 요구자료에는 사업 추진 여부를 넘어 계획 변경·중단의 원인과 예산 집행, 운영성과, 사후관리까지 확인하려는 방향이 담겼다. 사업을 시작하고 시설·조직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투입한 예산이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 살피겠다는 것이다.
이번 요구자료는 제10대 군의회 출범 이후 제334회 임시회와 제335회 정례회, 9월 의원간담회 등에서 제기된 군정 현안과도 맞닿아 있다. 앞선 회기에서 의원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집행부의 설명을 들었다면 이번 행감은 관련 자료와 현장을 통해 답변 내용과 후속 조치를 확인하는 과정이 될 전망이다.
군의회가 요구한 감사자료는 모두 69개 항목이다. 부서별로는 농촌활력과가 8개로 가장 많고 문화관광과 6개, 산림과 5개, 체육사업소 4개, 성장정책과와 농업정책과가 각각 3개다. 요구 범위는 공유재산·중요물품 관리 등 일반 행정부터 농어촌 기본소득, 지방소멸대응기금, 민간위탁과 중간지원조직, 관광·농촌개발사업까지 폭넓다.
눈에 띄는 항목 중 하나는 ‘설계 완료 후 중단 및 지연된 사업’이다. 군의회는 2024년부터 올해 9월까지 설계를 마친 뒤 중단·보류·취소됐거나 착공 이후 공사가 중지되고 예산 부족 등으로 지연된 사업의 현황을 요구했다. 제출 내용에는 사업비와 설계비, 중단 사유, 현재 상태, 향후 추진계획 등이 포함됐다.
이 항목은 지난 9월 의원간담회에서 논란이 된 산림바이오 가공지원단지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당시 군은 원료 공급과 판로, 전문인력, 운영주체 등을 확보하지 못해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고 실시설계와 각종 용역 등에 5억 9,600만 원이 투입된 사실도 알려졌다.
박효서 의원은 사업 초기부터 제기된 원료 공급과 판로, 전문인력·운영주체 확보 문제가 실제 추진과정에 반영됐는지를 따졌고 이병우 의원은 이미 진행한 설계와 행정절차, 예정부지를 활용할 대체사업을 찾아 투입된 예산과 행정력이 사장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번 요구자료가 특정 사업만을 겨냥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설계와 행정절차를 진행한 뒤 멈추거나 지연된 사업을 전반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감사의 초점이 ‘왜 시작했는가’에서 ‘왜 멈췄으며 이미 쓴 돈과 결과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소멸대응기금도 같은 맥락에서 살펴볼 대상이다. 군의회는 2022년부터 올해까지 기금 확보 내역과 투자계획, 사업별 추진현황에 더해 사업 변경내역과 사유를 요구했다. 이 문제는 제335회 정례회에서도 제기됐다.
당시 박효서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심사결과 보고를 통해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집행 가능성이 높은 사업 중심으로 선정하고 사업 집행률을 높이기 위한 관리와 점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앞선 예산심사에서 제기된 집행률 관리 문제가 이번에는 사업별 변경 과정과 사유까지 포함한 자료 검증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제334회 임시회에서는 박영미 의원이 5분 자유발언을 통해 대청호 친환경 전기도선 ‘정지용호’의 인터넷 사전예약 시스템과 선착장 편의시설, 이용안내 체계 개선을 요구했다. 이번 행감에서는 지방소멸대응기금 관련 자료와 함께 대청호 친환경 수상교통망 사업이 12개 현지확인 대상에 포함됐다. 당시 제기된 이용환경과 운영상의 과제가 이후 어떻게 보완됐는지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민선9기 주요 정책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군의회는 지급현황과 함께 읍·면별 사용현황, 사용률, 가맹점 수, 부정수급 적발 현황 등을 제출하도록 했다. 요구 항목을 보면 지급 규모뿐 아니라 실제 사용과 운영관리도 주요 점검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 이용 차이와 가맹점 확보 수준, 부정수급 관리 등이 구체적인 확인 항목이다.
다만 사용률이 높다는 사실만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기존 소비를 대체한 것인지 새로운 소비로 이어졌는지 업종별·지역별 소비가 어떻게 분포했는지 등을 추가 자료와 함께 살펴야 정책 효과를 판단할 수 있다.
제335회 정례회에서는 이용수 의원이 ‘시설 확충 중심에서 주민 삶의 질과 성과 중심의 재정운영’을 주제로 군정질문에 나서 공공시설 136곳의 이용률과 운영비, 자체수입, 군비 부담 등을 전수조사해 2027년도 예산에 반영할 것을 요구했다. 집행부도 전수조사와 사후평가, 신규 시설 사전책임제 도입 방침을 밝혔다.
이번 요구자료에서도 시설과 조직의 설치 이후 운영을 살피려는 흐름이 나타난다. 중간지원조직에 대해서는 설립근거와 기능, 최근 3년간 예산, 종사인원, 인건비·운영비, 주요 사업내용을 요구했다. 민간위탁사업은 위탁금액뿐 아니라 사업실적과 평가지표, 평가결과, 개선사항까지 제출하도록 했다.
농촌활력지원센터의 경우 조직과 인력, 연도별 예산 편성·집행 내역, 위·수탁 계약, 사업 추진실적과 보조금 정산, 성과평가, 지도·점검 자료 등이 요구 대상이다. 조직을 설치했다는 사실보다 실제 어떤 역할을 수행했고 행정이 이를 어떻게 관리·평가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들이다.
주민자치 분야도 마찬가지다. 군의회는 주민총회 의결사업의 선정과정과 예산 집행 내역에 더해 전년도와 같거나 유사한 반복사업 여부, 사업 종료 후 시설·프로그램 관리실태를 요구했다. 주민이 결정한 사업이 제대로 집행됐는지뿐 아니라 예산 지원이 끝난 뒤에도 관리가 이어지는지 살피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러한 점검은 지난달 확정된 황규철 군수의 민선9기 90개 공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참고할 대목이다. 농어촌 기본소득을 비롯해 산업단지, 청년 주거, 관광·문화, 농업·지역개발 등 주요 사업이 집행을 앞두거나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이번 행감이 민선9기 90개 공약 전체를 평가하는 자리는 아니다. 그러나 기존 사업을 확대하거나 계속 추진하는 공약의 경우 그동안의 집행성과와 문제점을 먼저 확인하는 일이 향후 재정투자의 판단 근거가 될 수 있다. 기존 사업의 문제를 보완하지 않은 채 추가 재정을 투입하는 것인지 확인된 성과를 바탕으로 확대하는 것인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
군의회는 서류 검토와 함께 관광개발, 농촌활력, 체육시설, 도로, 생활SOC 등 12개 사업장을 직접 찾을 예정이다. 현장에서는 사업선정의 적정성과 진척도, 시설물 안전상태와 조치사항, 주민 의견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이번 행감은 최근 회기와 간담회에서 다뤄진 군정 현안을 자료와 현장에서 재점검하는 과정이 될 전망이다. 산림바이오 가공지원단지의 사전 검토가 적절했는지 공공시설과 중간지원조직이 예산 투입에 걸맞은 성과를 내고 있는지 기본소득과 수상교통망 등 주요 정책이 운영단계에서 어떤 결과를 보이는지가 주요 확인 대상이다.
다만 요구자료나 현지확인 대상에 포함됐다는 사실만으로 해당 사업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중단·변경 사유의 타당성과 예산 집행의 적정성, 운영성과, 개선조치와 사후관리 여부는 제출자료와 현장 점검, 감사 질의·답변을 거쳐 판단해야 한다.
올해 행감의 핵심은 예산 투입 규모를 확인하는 데서 나아가 계획이 달라진 이유와 사업의 결과, 이후의 관리까지 살피는 데 있다. 앞선 회기에서 제기된 지적과 이번 감사 결과가 실제 행정 개선과 2027년도 예산·사업계획에 어떻게 반영될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