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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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이야기다
  • 동탄 이흥주 수필가
  • 승인 2020.06.04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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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탄 이흥주 수필가
동탄 이흥주 수필가

 

글이라고 쓰다보면 잘 될 때도 있고 헤맬 때도 있다. 모든 게 다 그렇지 않은가. 사는 것조차도 그렇다. 내가 하는 일이 항상 술술 잘 풀린다면 걱정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모두 좋은 삶을 살 것이고 다 잘 이루어 놓을 것이다.


우리 문학회에 글을 가르치는 선생님의 이야기는 일상관찰을 잘 하라고 이른다. 글이 안 된다 안 된다 하지만 실은 소재야 우리 일상에 항상 널려 있다. 누구나 같이 사는 일상이지만 그걸 어떻게 이야기로 끌어내고 만들어 내느냐 하는 그게 잘 안 되는 것이지 소재야 널려 있는 것이다. 사는 게 이야기이고 주변의 사물이 소재이기 때문이다.


아침에 밥을 먹다가 특별히 맛이 좋았다면, 산책길에 길섶에서 고라니가 후다닥 달아나 놀랐다면 그것도 이야기이다. 밭에 심어놓은 콩을 꿩이나 비둘기가 다 파먹으면 거기도 이야기는 나온다. 엊저녁에 퍼마신 술로 아침이 힘들다면 거기에도 훌륭한 이야기 소재가 숨어있고 시장바닥을 한 바퀴 돌면 시가 널려있다.

여행을 하다보면, 친구가 불러내 밥을 먹다보면 시가 나온다. 실은 소재가 너무 많아 선별이 어렵고 포인트 잡기가 쉽지 않은 것뿐이다. 그걸 이야기로 잘 끌어내느냐 못 끌어내느냐 하는 데서 글이 잘 된다 안 된다 하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다 시인이 될 수 있고 이야기꾼이 될 수 있지만, 다 똑같이 꾼이 될 수는 없다. 소질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는 일이 다르고 사는 분야가 다를 수밖에 없다. 다 똑같이 한 길을 가도 안 될 것이다. 각자 다른 길을 가되 거기서 일이 잘 되고 안 될 때도 있는 건 똑같을 것이다. 사는데도 일상관찰이 필요한 게 아닐까. 주의 깊게 보고 생각하다보면 좋은 방법이 나올 것이다. 그러고 보면 내 삶을 어떻게 사느냐, 어떻게 깊이 있는 사고를 하면서 사느냐 하는 데서 성공의 열쇠가 있다고 봐야 한다.


우선 다른 거 다 제쳐놓더라도 열심히는 살아야 할 것 같다. 주관 없이 이끌리어서 가는 삶은 열심히 사는 삶이 아니다. 내가 생각하고 내가 최선의 방법을 찾아내며 가야 좋은 이야기가 나오고 훌륭한 삶이 될 것 같다. 가는 길마다 이야기가 나오고 나중에 삶이 마감을 할 때 좋은 장편소설이 나온다면 잘 살은 삶이 될 것이다. 잘 살은 삶을 산 사람을 어떻게 얘기하는가. 성공한 사람이라고 부르지 않는가.


일단 잘 살려면, 좋은 이야기가 나오게 하려면 위에서 얘기한 바대로 생각을 하면서, 자기의 길에 관찰을 잘 하면서 가야한다. 그래야 좋은 길이 나온다. 그냥 따라가는 게 아니고 내 길을 내가 생각하면서 내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게 좋은 삶의 길이다. 어떤 일에도 생각을 반복하다보면 좋은 방안이 떠오른다. 관찰을 하다보면 길이 보인다. 잘 산 사람으로, 성공한 사람으로 이야기되는 분들은 이렇게 산 사람들이 아닐까.


사람들은 높고 크고 넓게 살기를 바란다. 하지만 누구나 그렇게 살 수는 없다. 크게 높게 사는 생, 남들이 우러러보는 삶만 잘 사는 삶이 아니다. 작더라도 충실하게 생각하며 사는 것이 잘 사는 삶일 것이다. 누구나 크게 넓은 삶을 살 수는 없다.

자기 처지대로 자기의 길을 열심히 가면 그게 잘 사는 것이다. 이야기가 잘 나오는 삶이고 얘깃거리가 있는 길이다. 열심히 사는 삶속에는 드러나지 않은 이야기도 많을 것이다. 여기서 이야기를 끌어내고 만들어 가는 게 작가이고 글쟁이이다. 여기에 양념을 적당히 치고 지지고 볶아서 먹음직한 글을 만들어 내는 게 훌륭한 요리사가 하는 일이다. 작가들이 할 일이다. 이러고 보면 글쓰기도 참 수월할 것 같은데 잘 나가다가도 어떤 땐 막히고 만다. 항상 잘 되면 누가 걱정을 하겠는가. 장인 되기가 쉽다면 사는 게 무슨 걱정이겠는가.


잘 나가다 막히고 잘 가다가도 다리가 접질리고 하는 게 삶이니 어떻게 털고 일어나서 다시 가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일시적으로 닥친 어려움에 좌절하지 말자. 길을 가다가 터널을 만나도 그 터널은 반드시 끝이 있는 걸 알아야 한다. 굴 한가운데 있을 때는 출구가 뵈지를 않는다. 그러나 조금만 가면, 계속 가다보면 빛이 열리고 터널은 끝나게 돼있다.


생각하며 사는 생, 이야기가 있는 삶, 열심히 사는 인생의 끝에는 잘 살았다는 한편의 장편소설이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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