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열정의 아이콘 ‘이은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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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열정의 아이콘 ‘이은현’ 작가
  • 김수연기자
  • 승인 2020.08.13 1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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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주봉 사진 촬영 포인트 발견한 장본인
남은 소원 “흥덕왕릉 사계절 소나무 촬영”
이은현 작가의 둔주봉
이은현 작가의 둔주봉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기약 없는 장마가 계속되고 태풍마저 시시각각 불어 닥치는 요즘에도 한 달 중 열흘은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가는 사진작가가 있다. 그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비가 올 때만 만들어지는 폭포를 찾아다니기도 하고, 빗방울에 촉촉이 젖은 꽃들의 사진을 찍기도 한다.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식지 않는 열정을 가지고 작업하는 이은현 작가를 찾았다.

 

이은현 작가가 자신의 촬영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이은현 작가가 자신의 촬영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홀린 듯 사진에 빠져

이은현 작가(금구천길·74)가 사진을 찍기 시작한 지 벌써 30년이 넘었다. 평범한 가장이었던 그는 중년으로 접어들며 불현듯 뭔가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는 45세에 활동적이며 운동도 되고 자연의 풍경을 담을 수 있는 사진에 빠졌다. 그가 사진에 빠진 1990년에는 인터넷이 활성화되지 않았고 사진을 찍는 포인트도 몰라 현재 사진작가협회의 전신인 관성사우회에 입회했다. 관성사우회 회원들과 함께 카메라와 사진을 공부해 나가며 이후 사진작가협회 옥천지부, 옥천예총 창단에도 참여했고 현재까지도 협회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구름 한 점 없는 별돌이 사진을 위해 이은현 작가는 같은 장소를 수일동안 찾아갔다.
구름 한 점 없는 별돌이 사진을 위해 이은현 작가는 같은 장소를 수일동안 찾아갔다.

 

일흔이 넘은 나이, 불타오르는 열정

이 작가는 폭포 사진의 구도를 위해 근처의 비탈진 길을 오르기도 했고, 별돌이 사진을 찍기 위해 함양 지안재에서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했을 때부터 날이 밝을 때까지 계속 찍은 적도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 작가는 별돌이 사진을 찍다가 구름이 끼면 철수 후 구름이 없는 날 다시 갔고 그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한 후에야 별돌이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 “한 번에 성공하긴 어렵지만 여러 번 시도하면 결국 성공한다고 말하는 이은현 작가.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청춘의 것을 넘어선 열정이 불타고 있다.

 

이은현 작가는 꽃을 촬영 할 땐 빛이 들어오는 각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은현 작가는 꽃을 촬영 할 땐 빛이 들어오는 각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홀로 다니는 출사

이 작가는 과거 그룹 출사를 자주 나갔던 것에 비해 최근엔 주로 혼자 다닌다고 했다. 같이 다니면 쓸쓸하진 않지만 사진의 구도가 나오는 장소를 코스로 다니기 때문에 아무래도 시간에 쫓기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작가는 조금이라도 더 자신의 기준을 충족하는 사진을 찍기 위해서 몇 시간씩 같은 자리에서 기다리는 일도 마다치 않는다. 따라서 현재는 혼자 출사를 나가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올 때까지 계속해서 기다리거나 좋은 구도가 나오는 여러 지점을 연구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태백 신단수 이은현 작가의 높은 기준을 만족하는 사진이다.
태백 신단수 이은현 작가의 높은 기준을 만족하는 사진이다.

 

사진=끝없는 것

30년 동안 꾸준히 사진을 찍어온 이은현 작가지만 사진에 대해 알면 알수록 끝이 없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가 생각하는 잘 찍은 사진이란 빛과 색채, 환경, 구도, 느낌 이 다섯이 모두 맞아 떨어지는 것이다. 다만 문제는 사진에 대해 파고들수록 이 다섯이 딱 맞아 떨어지는 장소와 시간을 찾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

자신이 찍는 사진에 아주 높은 기준을 가지고 몇 십 년이나 출사를 나갔지만 아직 그렇다 할 작품을 찍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라고 말한 이은현 작가지만 2011년에 태백에서 찍은 사진은 마음에 든다며 공개했다. 끝없이 펼쳐진 푸른 하늘과 지면을 뒤덮은 구름 그리고 그 구름 사이로 봉곳 솟아오른 산과 나무를 뒤덮은 눈이 아우러져 있는 사진은 흡사 환웅이 신단수에 내려와 이 장면을 보고 태백 땅에 자리를 잡은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둔주봉 구도 발견한 장본인

뒤집힌 한반도의 모양을 한 안남면 둔주봉은 옥천9경 중 제1경으로 선정될 정도로 아주 유명한 장소다. 옥천군민에게도 아주 친숙한 이 사진의 구도를 처음으로 발견한 사람이 바로 이은현 작가이다. 둔주봉 근처를 20일이나 넘게 매일같이 찾아가 해당 촬영 지점을 발견한 것이다. 그는 둔주봉이 좌우 반전된 한반도 모양을 하고 있음을 발견했을 때 작게 탄성을 내질렀다. 이후 대전 MBC에서 주최한 산과 강 사진 공모전에 제출했고 입선을 하며 알려졌다. 당시 군청 산림과에서 소식을 전해 듣고 직접 이 작가를 찾아와 관련 정보를 상세히 물어보기도 했다. 3주가 넘도록 주변을 찾아다니면서 찾은 사진 촬영 포인트면 공개하기 꺼려지기도 하겠지만 이 작가는 옥천이 부흥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선뜻 노력의 결과물을 공개했다. “배워서 남 주느냐라는 틀에 박힌 질문이 무색하게도 이 작가는 배워서 남 주는 삶을 실천한 것이다. 현재 둔주봉 촬영지점은 옥천의 뛰어난 명소로 옥천군민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알려졌다. 이 작가는 군청이나 버스정류소에 걸려있는 둔주봉 사진의 대부분은 나의 것이라며 자랑스러워했다.

이은현 작가의 소원은 경주의 흥덕왕릉 소나무 옆에서 1년간 살며 매 순간 변하는 환경의 소나무 모습을 담는 것이다. 수십 년간 촬영하고 연구해온 결과물에 만족하지 않고 항상 새로운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 이은현 작가는 현실에 안주해 있는 많은 사람들의 귀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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