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개떡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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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개떡선생
  • 김수연기자
  • 승인 2020.10.29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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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신간
박명순 작가 신작, 『안녕, 개떡선생』
박명순 작가 신작, 『안녕, 개떡선생』

 

2013년부터 『아버지나무는 물이 흐른다』, 『슬픔의, 힘』, 『영화는 여행이다』 등의 책을 통해 인생, 문학,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경험을 자신의 언어로 풀어내 세상에 내보인 박명순(59) 작가가 신작『안녕, 개떡선생』을 발간했다.
작가이자 문학평론가인 그녀의 신작『안녕, 개떡선생』은 그녀가 오랜 교사생활을 마치고 돌아보는 과거를 회고하는 글이다. 하지만 그녀에게 있어 과거는 빛 바랜 사진같은 존재가 아니라 생생하게 현재의 그녀에게 걸어오고 있는 발자국 같은 존재다.
그렇기에 그녀는 함께 교편을 잡았던 교사들, 그녀에게 영향을 줬던 사람들과의 인연에 대해 소복이 쌓인 흰 눈 사이로 찍혀있는 발자국을 따라 걸어보듯 신중하며 담담하게 풀어냈고, 거창하거나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는 대신 마치 호기심 어린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학생들에게 첫사랑 이야기를 들려주듯 적어내려갔다.
박 작가는 “책을 발간하게 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평범한 교사로 살아왔다. 하지만 요즘은 평범한 사연들을 주목하는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이런 세상의 변화 속에서 용기를 냈다”고 했다.
“학교는 자랑스러운 일터였고 부족한 내면을 키우는 배움터였다”라고 한 박명순 평론가. 그리고 그녀의 교직인생 속 물음표와 느낌표를 담은 책 『안녕, 개떡선생』.

다음은 에세이 『안녕, 개떡선생』의 일부다.

도서관 옆에 복숭아 과수원이 있었던 것도 그날 처음 알았다. 그 복숭아나무 한두 그루에 피어 있는 꽃들이 송알송알 말을 걸어오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익숙하게 보아왔던 복숭아꽃이었는데 그동안 무심히 지나쳤다가 다시 찾은 풍경이었다. 종촌 복숭아 과수원집에서 성장했다가 그곳이 행정수도로 편입되면서 10여 년 만에 다시 만난 복숭아꽃이 정겨웠다. 봄밤의 정겨움에 취하여 나만의 성(城)을 소유한 듯 설레었다. 봄꽃들의 노래는 명랑했다. 초승달이 제법 조명을 만들었고 봄꽃들은 별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K도서관의 작은 뜰, 복숭아꽃 주변에 낮에는 느끼지 못했던 신비한 영령들이 달라붙었다. 봄밤이 아름다운 이유가 짧아서이고 또 봄에 피는 꽃들이 별처럼 빛난다는 걸 처음 알았다.      
―「장소는 사람을 변화시킨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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