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창과 사색의 창을 여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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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창과 사색의 창을 여는 시간
  • 옥천향수신문
  • 승인 2020.11.12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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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노인장애인복지관 ‘웰빙다례’
옥천노인장애인복지관 웰빙다례반 학생들이 예법에 맞춰 찻잔에 차를 따르고 있다.
옥천노인장애인복지관 웰빙다례반 학생들이 예법에 맞춰 찻잔에 차를 따르고 있다.

 

옥천군노인장애인복지관 교실, 월요일 1시가 되면 이곳에선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웰빙다례’ 수업이 열린다. 바삐 움직이는 어르신들의 손끝에서 나오는 달그락 달그락 도자기가 부딪히는 소리가 왠지 정겹게 느껴지는 곳이다.
어르신들은 다례 수업을 시작하기 전 반장 김옥자(77) 씨의 ‘공수, 배례’ 구호에 맞춰 인사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고 이후 20년 간 차예절전문지도사범으로 활동해 온 강경미(58) 강사의 낭랑한 목소리로 수업이 시작된다. 웰빙다례반이 복지관에 개설된지도 벌써 15년이 넘었다.
강 강사가 다례를 가르치는 이유, 어르신들이 다례를 배우는 이유는 간단하다. 차는 ‘사람을 예의롭게 하고 건강을 이롭게 하고 마음의 창을 열고 사색의 창을 열기 때문’이다.
홍포를 덮은 다관세트에서 홍포를 걷는 것으로 다례가 시작된다. 차우의 잎을 다관에 넣고 우려내는 동안 찻잔에 물을 부어 찻잔을 덥힌다. 세 번에 나눠 차를 따르며 마음을 가지런히 하고 적당히 우러난 차를 다과와 함께 즐기는 것으로 마무리 한다. 
차를 마시면 눈과 귀가 밝아지고 치매예방과 피로회복에 좋다지만 어르신들이 다례수업에 나오는 이유는 이 모든 효과를 뛰어 넘은 유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웰빙다례반 반장을 맡고 있는 김 씨는 “우리는 대부분이 10년 넘게 수업에 참여한 사람이다”며 “강 선생님을 도립대 수업에서 만났는데 차를 따르는 선생님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보여 초빙하게 됐다. 담소를 나누는 재미가 제일이고 함께 차를 마시며 간식도 즐기려고 온다”고 했다.
웰빙다례반엔 누가 시키지도 않았고 당번제도 없는데 수업 시간만 되면 가방에서 뭔가 다들 주섬주섬 꺼낸다. 속이 훤히 비치는 일회용 봉지에는 집에서 따온 감, 자식들이 보내온 귤 등이 한가득 들어있다.
“동기들이 같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상상하면 하나라도 더 챙겨오게 된다”고 하는 다례반 어르신들.
이 날 수업엔 다른 반에서 놀러온 손님 두 명이 함께 참여했다. 병원 예약 시간이 수업 마치는 시간보다 일찍이어서 중간에 자리에서 일어선 손님들에게 어르신들은 이구동성으로 “한 잔이라도 더 마시고 가라”, “다음에 또 놀러오라”고 했다. 
찻잔에 가득 담긴 차만큼 정이 넘치는 교실임에 틀림이 없다.
강 강사는 “많은 어르신들이 지양리나 청산처럼 버스가 자주 안 다니는 곳에서도 오신다”며 “어르신들께서 ‘웰빙다례’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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