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향수신문’ 시리즈 ‘성취가 성공보다 행복했다’(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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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향수신문’ 시리즈 ‘성취가 성공보다 행복했다’(93)
  • 송지호 성신여대 명예교수
  • 승인 2023.03.30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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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에미야

네가 세상에 태어나 경험해보지 못한 어머니라는 타이틀을 생애 처음으로 효원이로부터 수여받고 얼마나 때로는 행복하고 때 

로는 힘들기도 한 시간을 보내고 있겠니?우리 효원이의 밝고 호기심으로 가득 찬 예비지적능력과 좋은 성격은 너의 착한 심성으로 사랑을 듬뿍 준 결과이지. 너는 나보다 어머니로서는 훨씬 좋은 어머니이자 아내라고 믿는다. 나는 평생 직장 다닌답시고 자식 사랑을 듬뿍 주는 엄마도 못되고 남편 내조를 제대로 한 적도 없는 말 그대로 나이롱 엄마에 나이롱 마누라로 살아왔지. 이제 와서 후회해도 시간은 내편이 아니고 아이들은 이제 엄마가 필요 없는 성인이 되었고 남편은 내조가 필요 없는 할아버지가 되어 있잖니? 좋은 엄마가 나중에 좋은 할머니도 되는 법이니 너는 먼 훗날 아쉬움이 많은 엄마와 아내가 되지 않을 것만 해도 얼마나 행복한 일이니? 얼마 전 신문에서 빌 게이츠는 아이들이 열세 살이 되고 나서야 휴대폰을 사주고, 아내는 시기를 더 늦추자고 말렸었다고 한다. 스티브 잡 스 역시 아이패드를 만들었을 때 아이들에게는 보여주지도 않았단다. 우리 주위만 봐도 스마트폰이 얼마나 중독성이 강하고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지 잘 알고 있지 않니? 우리 예쁘고 총명한 효원이를 좀 더 훌륭한 딸로 잘 키우려고 노심초사하는 네 마음을 알기에 이런 이야기만 들으면 누구보다 얼른 너와 공유하고 싶어진단다. 미국에서는 역 디지털 현상까지 생겨나고 있단다. 저소득층은 이제야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사주어 종일 갖고 놀게 하는데, 고소득층 아이들은 나무로 만든 장난감 놀이와 잔디밭 뛰어놀기 시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아이의 우뇌발달을 저해시켜 심할 경우 자폐 증이나 발달장애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처럼 고학력, 고소득 부모일수록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읽어주거나 자연을 통한 자극을 주려고 한다는 것이다. 또 읽는 것과 보는 것의 차이는 크다. 

책은 자기가 주체적으로 생각하게 만들고 언어구사력과 생각하는 능력을 키워준다. 인생에서 독서경험은 망루의 높이와 같아서 망루가 높을수록 멀리 바라볼 수 있고, 대비할 수 있는 능력 또한 키워준다. 아이들이 세상에 나와 미지의 세계를 이해하려면 나뭇잎이 흔들리고 떨어지는 소리, 갖가지 색깔의 가을 단풍, 계곡에서 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 고사리손에 눈을 뭉쳐보며 느끼는 눈의 감각 등을 스스로 보고 듣고 느끼며 오감을 자극하는 경험을 통해 세계를 알아가도록 해야 한다. 내가 과거에 쓴 『아동 간호학』만 하더라도 이러한 디지털시대의 부작용과 병폐로 인한 아동들의 문제는 거의 다루어지지 않았었다. 지금내가 책을 다시 쓴다면 분명 네게 주고 싶은 이러한 내용을 좀 더 심도 있게 중요한 부문으로 추가해야 하겠다는 생각도 해본단다.

엄마가 엄마 노릇이 처음이듯 아이도 그렇다. 모두가 처음인 우리는 그렇게 엄마 되는 법, 사람 되는 법을 배워간다. 상대의 표정에서, 목소리에서 기분을 알아내는 공감을 배우면서 말이다.

자녀교육에 대한 열의라면 세계에서 우리나라 엄마들보다 더한 엄마들이 어디 있겠니? 그러나 이제 세상이 너무 짧은 시간에 정신없는 변화를 거듭하면서 부모들이 이제는 공부만 중요한 시대가 아니라는 점에 공감하기도 한다. BTS 같이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는 게 성공하는 사람이 되는 더 빠른 길이 될 수도 있음을 보았기 때문이다. 목표를 정해놓고 이루어내는 성취감을 경험하지 못한 아이는 자신을 의심하고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나는 잘 알고 있다. 아이에게는 스스로 이루어냈다는 성취감과 이겨냈다는 승리감을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 부모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다.

이긴다는 것은 경쟁에서 이긴다는 뜻도 있지만,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해서 자신에 대한 믿음을 쌓아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자신에 대한 신뢰감이 형성되어야 세상에 대한 믿음도 생겨 경쟁에서 이겨내며 타인들과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인간으로 성장할 수가 있다는 확신을 나는 내인생을 통해 갖게 되었다.

너뿐만 아니라 세상의 엄마들에게 아이를 어떻게 잘 키울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설렘인 동시에 정답이 없는 숙제이다. 그런데 살아가면서 우리의 큰 실수는 핑계를 찾는다는 것이다. 소중한 사람을 만나야 하는데 바쁘고, 운동해야 하는데 피곤하고, 책을 읽어야 하는데 귀찮다. 성경에도 게으른 자는 용서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바쁘고 힘들고 귀찮은 가운데 소중한 남편과 아이를 챙기고 너를 위해 운동도 해야 한다. 비가 오든 바람이 불든 밖에 나가봐야 화창한 낮뿐만 아니라 하루하루가 아름답다는 것도 깨닫게 되듯이…. 삶에서도 무슨 일이든 어떤 사람이든 완벽한 조건이란 없고 생각하기 나름이다.

내가 학생 임상 실습지도를 나갔을 때 만났던 생의 마지막 순간에 접어든 환자들이 한결같이 말했던 것을 지금껏 잊을 수가 없단다. 식사는 생명이고 아파보니 씹는 것도 행복이라며…. 가족을 위해 내가 따뜻한 밥을 해서 맛있는 식사를 왜 좀 더 많이 해주지 않았을까? 좋은 인연들과 왜 좀 더 자주 만나 식사를 함께하지 못했을까? 하고. 많은 사람이 죽을 때 후회하는 것은 대부분 가까운 사람에게조차 베풀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 좀 더 참았어야 했는데 참지 못했던 것에 대한 후회, 그래서 좀 더 행복할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에 대한 후회였다.
에미야, 너는 맛있는 것 먹는 즐거움을 누구보다 잘 알지? 사랑하는 네 남편과 효원이를 위해 따뜻한 밥을 짓고 반찬을 해서 맛있게 먹는 시간을 많이 가져라. 그리고 살아가는 동안 좀 더 베풀고, 조금만 더 참아내고 좀 더 사랑하면 그것이 행복이고, 남은 시간을 보람 있게 사는 비결이 아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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