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골프선수 최경주 씨의 자서전을 읽었습니다. <코리안 탱크 최경주>(비전과 리더십, 2012)입니다. 골프의 불모지 전라남도 완도의 작은 시골 마을에 살던 중학생 최경주가 한국인 최초로 세계 최고의 프로골프 투어인 미국 PGA에서 8승을 거두었다는 살아있는 생생한 이야기입니다.
최경주 선수의 인생 성공 스토리가 여느 이야기와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그의 ‘루틴(routine)’ 때문입니다. 루틴은 ‘매일 반복되는 동일한 동작’을 말합니다. 지루하지만 빠뜨리지 않고 반복적으로 행하는 행동입니다. ‘훈련’이라고 표현해도 될 것입니다. 그의 루틴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본받고 싶다는 마음이 저절로 일어나게 됩니다. 한 번 들어볼까요?
“대회를 참가하지 않을 때 나의 훈련 루틴을 소개하자면, 먼저 연습장에 도착해서 가장 짧은 클럽인 로브웨지(lob wedge)부터 시작해서 20개 정도 풀스윙으로 치고 ... 이렇게 하고 나면 공을 480개 정도 치는 셈인데 여기까지가 기본 루틴이다.”(최경주, pp. 183-184)
최경주 선수는 연습 벌레로 골프계 주변에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그의 자서전에서 밥 먹고 화장실 가는 시간만 빼고 스윙 연습을 한 적이 있다고도 했습니다. 나중에는 손에 채가 달라붙은 것인지 채에 손이 달라붙은 것인지 모를 정도로 두 팔이 위로 올라가지 않기도 했다고 합니다. 정신도 몽롱해 질 때까지 연습을 한 경우도 있구요.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연습법을 찾기도 했다고 하네요. 루틴을 통해 진정한 자신의 상태를 발견한 셈이네요.
최경주 선수는 그의 책 말미에 루틴에 대해 후배 선수들에게 한 마디 권면도 했습니다.
“한국 골프의 기대주인 배상문과 김대현이 미국 탤러스의 우리 집을 방문해 한 달 정도 숙식하며 훈련을 같이 한 적이 있다. 두 선수가 물었다. ‘최 프로님은 벙커 샷의 달인이신데 비결이 뭡니까? 한 수 가르쳐 수십시오’. ‘비결? 그야 물론 있지. 벙커에서 나오지 않고 하루에 8시간씩 한 달만 연습해 봐. 그러면 자신감이 붙게 돼”(최경주, p.283)
축국선수 박지성의 자서전, <더 큰 나를 위해 나를 버리다>(중앙books, 2010)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는 세계 최고의 프로 축구 클럽인 영국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할 때도 매일 드리볼 연습을 한다고 합니다. 공을 치고 달리는 연습이지요. 초등학교 선수들에게 처음 가르치는 축구에서 가장 기본기라고 할 수 있는 루틴입니다. 이는 그가 존경하던 축구선수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것을 보고 배운 것입니다.
축구선수하면 손흥민을 빼놓을 수가 없죠. 그는 현재 영국 토트넘 훗스퍼에서 팀의 주장이자 공격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득점왕을 차지한 바도 있을 정도로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죠. 축구선수였던 그의 아버지는 아들 손흥민을 혹독하게 훈련시킨 것으로 유명합니다. 4년 동안 매일 기본기 훈련만 시켰다고 합니다. 공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을 때까지 말이죠. 그리고 양발 각각 500번씩 하루 1천 번의 슈팅 훈련을 시켰습니다. 매일. 어린 손흥민에게는 참 힘들었을 것입니다. 이러한 루틴을 거쳐왔기 때문에 오늘날 세계적인 ‘양발 감아차기’ 선수로 성장하게 된 것입니다.
열심히 훈련을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틴’이 강조되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잘 안되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또 한 번 강조해 봅니다. 성공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우리의 삶을 좀더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 삶의 루틴을 다시 한 번 세워봅시다. 또는 점검해 봅시다.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지요. 누구나 어느 한 분야에 1만 시간 훈련을 하면 전문가가 된다는 말입니다. 어느 정도 옳다고 봅니다. 하루 8시간씩 약 3년 일하면 그 일에 전문가가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하루 1시간씩 자신이 좋아하는 것(운동, 요리, 악기, 노래 등)을 루틴으로 삼아 꾸준히 약 25년을 보내면 자신의 삶이 보다 풍성해 질 수 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