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가슴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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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가슴곰
  • 이흥주 수필가
  • 승인 2024.10.24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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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이 올해로 20년을 맞았단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면 이거 복원해서 가져올 이득이 무어냐고 묻고 싶다. 유튜브에서 본 바로는 방사한 1세대가 4세대 80여 마리로 늘고 충북 보은에까지도 활동 범위를 확대했다고 하는데 이젠 산에도 맘대로 못 가는 세상이 된 것 아닌가. 우리 산야는 그동안 사나운 짐승이 없어서 마냥 평화로웠는데……


 유해조수(有害鳥獸), 인간에게 해를 주는 새와 짐승을 말한다. 그럼 곰은 유익한 동물인가 해로운 동물인가? 조그만 새도 곡식을 먹어 치워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데 곰은 어떤가. 이건 곡식을 먹고 안 먹고가 아니라 사람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으니 유해 동물이다. 우리에게 이득을 준다면 유익한 것이고 해를 준다면 유해 동물이다. 


 앞으론 공기 맑고 조용한 임도에 가서 편안히 사색하며 산책할 수 있을 것인가. 지금 우리 바로 이웃 보은에까지 곰이 활동 범위를 넓혔다고 한다. 언젠가 일본에서 혼자 낚시하던 사람이 곰에게 죽임을 당하고 신체 일부분만 발견되었다는 걸 유튜브에선가 읽은 기억이 난다. 끔찍한 일이다. 세월이 좀 흐르면 우리의 주변도 안전지대로 남을 수 있을 것인가. 


 그간 우리나라는 아무리 깊숙한 산골도 마음 놓고 들어갔다. 사람에게 위해를 가할 짐승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데 현재 가장 주의해야 할 맹수 곰이 산에 있다. 언제 또 늑대나 다른 사나운 동물을 복원하자고 할 사람들이 나타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런 짐승이 없어서 우리가 불편하거나 손해를 보고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일이 있는가? 


 지금은 고양이가 흔해져서 쥐 걱정 없이 살지만 우리는 쥐에게 많이도 시달리며 살았다. 우리 어릴 때 학교에서 쥐꼬리 몇 개씩 가져오라고 한 게 기억난다. 그런 날은 걱정이 태산이었다. 쥐덫을 놓고 소란을 피운 후에야 쥐꼬리를 학교에 가져갈 수 있었지만 그런 게 지금은 추억거리로 남았다. 쥐꼬리가 없으면 오징어 다리라도 연기에 그을려 가져갔다는 우스개도 있지만 하여간 우리는 그런 시대도 살았다. 쥐와 왜 사투를 벌여야 했는가? 우리에게 해를 끼쳤기 때문이다. 동네에서 쥐약도 많이 놓았는데 약 먹은 쥐를 개가 먹고 개가 죽는 일도 일어났다.


 난 반달곰 복원을 시작할 무렵 지역신문에 이의 문제점을 지적한 일이 있다. 그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 우리나라는 산악 국가다. 일부 평야지를 빼면 대부분의 농토나 마을이 산이나 골짜기에 있다. 곰이 흔해지면 좀 후미진 곳엔 농사짓기도 힘들어지지 않을까. 사람이 자진해서 없는 걱정거리를 만들 필요가 있는가. 도시에서만 거주하는 사람은 이런 걱정은 안 해도 될 것이다. 하지만 산골농촌에는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들이 농토를 일구며 살아가고 있다. 그들을 생각해 보았는가?


 반달가슴곰이 있기 전에 우리의 산야에 가장 덩치 큰 동물은 멧돼지였다. 멧돼지는 잡식성에 성질이 포악한 동물은 아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멧돼지가 먼저 공격하는 일은 없다. 우리 이웃 군에서 오래전 밭에서 일하던 분이 멧돼지에게 목숨을 잃은 적이 있지만 곰만큼 사납지는 않을 것 같다. 멧돼지 무서워 산에 혼자 못 가는 일은 없었고 산골 밭에 가서 밭일 못 하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곰이 멧돼지처럼 개체수가 많아진다면 얘기가 달라질 것이다. 그때는 또 돈 들여 퇴치하자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지금 멧돼지가 도시에도 출몰하는데 곰이 그러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이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이 아니라 이건 우리가 끌어들인 유비유환(有備有患)이다. 사람에게 해가 될 일인지 아닌지를 철저하게 계산하지 않으면 나중에 어떤 큰 곤혹스러운 일을 치를 수 있다.


 언젠가 늑대도 복원하자는 말을 들은 것 같다. 이 늑대는 개와 비슷해서 번식력도 왕성하고 무리를 짓고 살며 아마 곰보다도 인간에게 더 치명적일 것이다. 곰보다 영리하고 곰보다 더 빠른 속도로 개체 수가 늘어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시골에서 혼자는 활동을 못 하는 건 물론 외딴집 살기도 어려워질 것이다. 웬만한 가축은 기르지도 못할 것이다. 지금 유기견 때문에 가축이나 사람도 위협을 받는 모양이다. 늑대가 산에 산다면 유기견 문제보다 훨씬 더 심각한 일이 일어날 것이다.


 근심 걱정 없을 때 자중해야지 그런 걸 일부러 끌어들일 이유가 없다. 한 번 길을 잘못 들어 문제가 생기면 그걸 원상복구 하기가 쉬운가. 아마 원 상태로 되돌리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원치 않았던 외래종이 들어와 생태계를 교란한다고 얼마나 걱정을 했는가. 황소개구리가 그렇고 물고기 배스와 블루길이 그렇다. 덩굴식물 가시박이 그랬고 지금도 그런 게 들어오고 있는지 모른다. 농사에 병충해도 외국에서 들어온 것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런 게 우리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면 걱정도 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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