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풍상회 외동딸이라고 하면 이원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거예요. 제가 드디어 모교인 이원중학교에 교장으로 발령받아 돌아왔어요. 꿈이 현실이 된 것이죠. 너무 좋아서 며칠 동안 잠을 못 이룰 정도였어요. 동네 어르신들과 친구들도 대환영을 해주었지요.”
한경옥 교장(58, 이원중학교)은 교직생활 34년만에 꿈을 이루었다. 금년 9월 이원중학교 교장으로 발령받았다. 주변 사람들은 대환영을 했다. 지역민들은 그를 가풍상회집 4남1녀 외동딸로 기억하고 있다. 5남매 중 4명이 모두 이원중학교를 졸업했다(한경훈 32회, 한일 38회, 한영호 42회). 한 교장은 35회 졸업생이다. 현재 미국에 사는 막내 한영호 씨는 후배에게 전해달라며 추석을 전후해 과자를 여러 박스 보내기도 했다.
“저는 이원 출신이라는 게 너무도 자랑스러워요. 묘목 생산 보급에서 전국 1등이라면 사람들이 한 번 놀랍니다. 또 양궁선수 김우진, 박경모 선수 등이 자란 곳이라고 말하면 두 번 놀랍니다.”
한 교장은 이원중에 부임하자마자 교장실 바로 앞에 위치한 ‘역사관’ 문을 활짝 열었다. 학교 학생은 물론 동네 주민 누구나 들어와 볼 수 있게 공개한 것이다. 그곳에는 초창기부터 대부분의 졸업생 사진이 있다. 또 각종 상장들 등의 자료들이 공개되어 있다. 인터뷰 중 한 교장은 자신의 형제들(오빠와 동생들) 졸업년도를 정확히 알려주기 위해 역사관을 다녀오기도 했다. 그곳에 학교의 모든 역사가 있고 또 누구나 알 수 있게 전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걱정도 있지요. 고향이 좋기는 하지만 아이들이 점점 없어져서 어떻게 하냐는 것이죠. 제가 중학교 다닐 때는 신입생이 1천 명 정도 들어왔는데, 지금은 전교생이 40명뿐이니... 비록 학생 수는 작아졌지만 우리 학교는 정말 단단한 실력이 있습니다.”
금년 ‘제45회 대통령기 국민독서경진대회’에서 독후감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선화 선생(국어)의 지도 아래 김한결, 진혜라, 박효영 학생이 수상을 했다. 전국대회에도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이원중학교 양궁부는 이미 정평이 나있다. 오승준(중3), 주영빈(중1), 주영진(중1) 학생이 금년 제46회 화랑기 전국시도대항 양궁대회에서 금메달 2관왕을 거두는 등 양궁의 맥을 잇고 있다.
"급변하는 세상, 바른 마음 갖는 게 중요..."
“아이들에게 늘 ‘바른 마음’을 가지라고 교훈하고 있어요. 급변하는 세상에서 올바른 인생으로 또 성공하는 인생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바른 마음’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지요. 예를 들어 ‘내 것이 아닌 물건은 절대로 취해선 안 된다’고 말이죠. 어려서부터 정정당당하고 떳떳한 삶의 자세를 갖추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한 교장은 20대 후반, 교직 5년 차 때 크게 후회한 일이 있었다. ‘선생(先生)’이 무엇인지 조금 알아가는 교사 신입 때였다. 담임했던 학생 한 명이 자퇴했다. 학교 부적응자였다. 그것이 늘 마음에 걸렸다. 좀더 그들 눈높이로 이해해주지 못했던 것, 끝까지 최선을 다해 붙잡아 주지 못했던 것, 이후 복학을 잘 할 수 있도록 더 많이 신경 써주지 못했던 것 등 때문이다.
“한 번은 타학교에서 자퇴한 학생이 저희 반에 재입학으로 온 적이 있었어요. 전 학교에서 소위 왕따를 당했더군요. 그 학생은 우울감에 시달렸고, 자살 충동까지 있었다고 해요. 그 부모님들이 찾아와서 눈물로 도와달라고 부탁을 했어요. 고등학교만이라도 졸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이죠.”
한 교장은 과거 자신의 ‘후회’를 떠올렸다. 최선을 다해서 이 학생을 돕겠다고 마음먹었다. 전략을 세웠다. 그 학생이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을 파악했다. 또 잘 할 수 있는 것도 찾아냈다. 역차별을 받지 않도록 같은 반 학생들도 설득했다. 그들도 ‘언니’라며 존중해주며 힘을 보탰다. 그러자 점차 변화가 찾아왔다. 그 학생은 조금씩 자신감을 되찾았다. 친구들과 대인관계도 조금씩 좋아졌다. 특히, 그가 피아노를 잘 친다는 것을 발견하고 그에게 행사 때 피아노 반주를 맡기기도 했다. 대성공을 이루었다.
“그 학생과 부모님들이 지금까지 평생 은인이라며 스승의 날에 찾아오곤 합니다. 비슷한 예가 또 있어요. 한 학생은 자퇴될 위기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결국 체육분야 국가대표가 되기도 했지요. 경찰이 되어서 찾아온 아이도 있어요. 일탈했던 여학생이었죠. 지도하기 정말 힘들었던 학생이었어요. 그가 5년 전에 경찰이 되어서 찾아온 것이었어요. 정말 깜짝 놀라 자빠질 뻔했었죠.”
한 교장은 매일 아침 교문에서 등교하는 학생들 한 사람, 한 사람을 향해 반갑게 인사를 한다. 미리 아이들의 특징을 파악하고 그때그때 어울리는 말을 찾아서 칭찬과 격려를 함께 전한다. 그는 학창시절 교장, 교감 등에게 어떠한 인사를 들은 적이 없다. 자신은 그렇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늘 뇌리에 있었다.
“은퇴 5년 정도 남았네요. 외국에 있는 한국어학교 교장으로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이를 위해 최근에 한국어교사자격증도 땄어요. 또 오래 전부터 일본어를 틈틈이 공부해왔어요. 일본어자격증(JLPT) 2급도 땄지요. 기회가 된다면 한국이든 외국이든 한국어를 가르치고 돕는 역할을 계속하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