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 전 거울 앞에 서서 속치마의 층층이 쌓인 결을 매만지는 시간, 나는 비로소 일상의 소란을 뒤로하고 고요해진다. 수십 년간 모델로서 조명을 받아왔지만 겉치마를 가슴 깊이 여며 묶고 비단 저고리 소매를 조심스레 끼워 넣을 때의 감각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새롭다. 허리끈을 당겨 매듭을 짓는 손끝에 힘이 들어가면 몸 전체의 자세가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 모델협회 총장이기 이전에 나 또한 한복의 선에 매료되어서 그 안에서 삶의 자세를 배워온 한 사람의 모델이다 옥천 교동리 생가에서 열릴 ‘제1회 육영수 여사 정통한복모델대회’를 준비하며 그 정갈한 옷매무새 속에 담긴 무게를 다시 한번 느끼고 있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참가자들의 진심이었다. 육영수 여사에 대한 기억은 나이 든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었다. 예상 밖으로 많은 젊은 세대가 정통 한복의 멋을 찾아 전국 각지에서 이 작은 옥천까지 한달음에 달려오겠다고 했다. 그 열정 앞에서 전문가인 나도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것을 느꼈다. 그들에게 한복은 단순한 의복이 아니라 자신이 추구하는 하나의 예술이었다. 여사의 시대를 직접 겪지 않은 세대조차 그 단아한 자태를 자신의 것으로 닮고 싶어 했다는 사실이 감사했고 또 반가웠다. 전통은 이렇게 이어지는 것이구나 싶었다.
사실 한복은 한동안 ‘불편한 옷’으로 치부되기도 했다. 하지만 인생의 멋을 아는 이들에게 그 불편함이야말로 나를 다스리는 힘이 된다. 여러 겹의 속치마가 만들어내는 풍성한 곡선은 세월과 함께 달라진 몸을 포근히 감싸주고 꼿꼿하게 선 깃은 자칫 흐트러질 수 있는 마음을 바로 세워준다. 이번 대회에서 모델들에게 거듭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화려한 패션쇼 워킹처럼 골반을 흔들거나 손동작을 과장하지 말 것. 육 여사가 생전에 보여주었던 조용하고 단호한 걸음처럼 걷는 자태만으로 품격을 전해달라는 것이다. 그것으로 족하다.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은 명확하다. 화려한 퓨전 한복이 아닌 전통 그대로의 복원에 집중한다. 런웨이 위에서 기교보다 마음을 담아달라고 주문할 생각이다. 육 여사가 소외된 이들의 거친 손을 잡을 때 보여주었던 그 겸허한 고개 숙임, 그것이 우리가 무대 위에서 다시 보여주고 싶은 자세다. 화려한 자수가 조명 아래 빛나는 순간보다 모델이 내딛는 버선발의 고요한 한 걸음이 보는 이의 마음에 더 깊이 닿으리라 믿는다.
육영수 생가의 고즈넉한 한옥 마당은 그 자체로 더할 나위 없는 무대가 된다. 인위적인 조명 없이 햇살을 머금은 비단의 색감과 바람에 흔들리는 치마선이면 충분하다. 깃 하나를 바로 세우고 고름을 팽팽히 당겨 묶는 그 찰나의 정성이 걸음걸이에 실릴 때 옥천의 딸 육영수 여사가 남긴 품격이 비로소 살아나리라 생각한다. 런웨이 끝에서 마주할 참가자들의 얼굴이 벌써부터 눈앞에 선하다.
전국에서 옥천으로 모인 정통 한복의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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