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안에서 태어난 아기가 울지 않았다. 처음 신고를 받았을 때만 해도 “아기가 운다”는 말이 전해졌지만 구급대가 다시 확인했을 때 상황은 달라져 있었다. 울지 않는 신생아는 심정지로 봐야 했다. 김선례 소방위와 대원들은 신생아용 산소 장비와 응급처치 준비를 마친 채 톨게이트 앞에서 대기했다. 도착한 아이는 숨을 쉬지 못하고 청색증을 보이고 있었다. 구급대는 곧바로 심폐소생술을 시행했고 옥천성모병원 응급처치를 거쳐 충남대병원으로 이송했다. 시간이 지난 뒤 확인한 아이의 상태는 다행히도 건강했다. 김 소방위는 “그때 생명을 다루는 직업의 무게와 보람을 다시 느꼈다”고 말했다.
이는 김선례 소방위가 25년 동안 마주한 수많은 구급 현장 가운데 하나다. 김 소방위는 2001년 7월 소방공무원으로 임용돼 청주동부소방서와 옥천소방서 등에서 근무했고 현재 옥천소방서 청산119안전센터 안남지역대에서 구급대원으로 일하고 있다. 안남지역대는 안내와 안남 지역을 맡고 있으며 지역대 특성상 구급뿐 아니라 화재진압과 생활안전 활동도 함께 수행한다. 그는 응급구조학과를 거쳐 소방관이 됐다.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누군가를 살릴 수도 있다”는 책임감이 그를 현장으로 이끌었다.
옥천의 구급 현장은 도시와 다르다. 금강과 대청호 수변을 끼고 있어 여름철 수난사고가 발생하고 버섯이나 올갱이를 채취하다 다치거나 실종되는 경우도 있다. 고령층이 많은 농촌지역에서는 낙상, 거동 불편, 치매 어르신 실종 신고도 반복된다. 도로명주소를 잘 모르는 어르신이 많아 신고 위치를 찾는 일부터 쉽지 않을 때도 있다.
김 소방위는 “어르신들이 ‘마을 정자 지나 세 번째 집’처럼 설명하실 때가 있는데 그 동네를 잘 모르는 구급대원에게는 어려운 정보일 수 있다”며 “정확한 주소나 마을회관, 큰 건물, 눈에 띄는 지점을 알려주면 출동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농촌 구급은 환자 상태만 보는 일이 아니라 거리, 지형, 고령, 병원 접근성을 함께 판단해야 하는 일이다.
김 소방위가 주민들에게 꼭 당부하는 것은 명확하다. 응급상황에서는 환자에게 물이나 음식, 청심환 등을 먹이면 안 된다. 갑자기 수술이나 처치가 필요할 수 있고 의식이 떨어진 환자는 삼킴 과정에서 더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급대가 전화로 묻는 질문에는 아는 만큼만 짧고 정확하게 답하는 것이 좋다.
그는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토했는지, 의식이 있는지처럼 묻는 말에 답해주시면 된다”며 “신분증과 평소 복용하는 약도 챙겨두면 병원 이송 뒤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병원 이송도 주민들이 오해하기 쉬운 부분이다. 119 구급차는 원하는 병원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원칙적으로 진료가 가능한 가장 가까운 응급실로 향한다. 다만 중증외상이나 뇌졸중 의심처럼 전문 진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권역외상센터나 해당 진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연결한다.
여성 구급대원으로서의 역할도 있다. 여성 환자나 임산부, 어린이 환자는 여성 구급대원에게 심리적 부담을 덜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현장은 성별보다 전문성과 체력이 중요하다. 무거운 환자를 옮기고 도랑 아래 떨어진 환자를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도 있다. 김 소방위는 “현장에서는 한 사람 몫을 제대로 해야 한다”며 “여성이라서 못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을 감당할 체력과 책임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5년 동안 수많은 현장을 지나오며 그에게 남은 과제는 사람의 마음이다. 사고 현장을 반복해서 겪는 구급대원들은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칠 때가 있다. 김 소방위도 힘든 시기를 지나며 상담심리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는 앞으로 시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뿐 아니라 현장을 버티는 동료들의 마음까지 살피고 싶다고 밝혔다.
김 소방위는 신속한 응급처치 수행 유공으로 세이버 10회를 수상한 25년 차 구급대원이다. 2019년에는 병원 전 단계 술기능력 평가 발표대회에서 최우수 평가 충청북도지사 표창과 2022년에는 119구급서비스 품질향상 유공으로 행정안전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그는 “119는 언제나 군민 가까이에 있습니다. 정말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는 주저하지 말고 불러주세요. 그리고 평소 심폐소생술과 화재예방 같은 기본 안전수칙에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주시면, 더 많은 생명을 함께 지킬 수 있습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