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 교실에는 열 살 아이와 일흔을 넘긴 어르신이 나란히 앉아 있을 때가 있다. 아이는 호기심 가득한 마음으로 처음 붓을 잡고, 하얀 종이에 먹물을 떨어뜨리는 순간을 즐기며, 어르신은 평생 미뤄 두었던 배움을 시작하고 벼루에서 사각거리며 갈리는 먹의 그윽한 향을 느끼며, 눈을 살포시 감고 가슴을 연다. 살아온 시간은 다르지만 예술을 만나는 눈빛은 참 많이 닮아있다. 누군가에게는 꿈의 시작이고, 누군가에게는 지나온 삶을 다시 바라보는 시간이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문화와 예술 속에서 살아간다. 자장가를 들으며 잠들고, 그림책을 보며 상상력을 키우고, 노래와 춤으로 기쁨을 나누며, 글과 그림으로 마음을 표현한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는 음악과 시, 그림과 이야기를 통해 기억되고 가슴이 따듯해진다. 문화예술은 특별한 사람들의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삶을 이루는 언어이며 한 번의 체험이나 취미가 아니라 평생 이어져야 할 삶의 교육이다.
지난 칼럼에서 예술인 DB를 ‘옥천 문화의 지도’라 했고, 문화예술진흥기금은 ‘그 길을 흐르게 하는 물길’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제는 그 예술이 어떻게 사람들의 삶 속으로 스며들 것인지, 그들의 삶으로 연결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오늘의 사회는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졌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세대 갈등, 디지털 중독, 우울과 불안, 청년고독, 노년의 외로움 등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는 경제 성장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사람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함께 살아가는 힘이 필요하다. 문화예술은 그 힘을 길러 준다. 그림을 그리며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음악을 통해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며, 연극으로 서로의 삶을 경험하고, 글을 쓰며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예술은 기술을 배우는 교육이 아니라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교육이며. 그것을 경험하는 과정 속에서 감수성과 창의성, 공감과 배려가 자라난다.
그래서 문화예술교육은 선택이 아니라 공공정책이 되어야 한다. 학교에서는 정규 교육과정 속에서 문화예술교육을 더욱 체계적으로 확대하고, 지역에서는 평생학습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한다. 뛰어난 예술가만으로 문화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배우는 사람, 즐기는 사람, 함께 만드는 사람이 있어야 지역의 문화는 비로소 살아 숨 쉰다.
예술은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만의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사람은 태어나 문화와 만나고, 삶을 마칠 때까지 예술과 함께 살아간다. 나는 옥천의 문화예술교육이 좀 더 분명한 정책의 틀 안에서 설계되기를 바란다. 아이와 청소년, 청년을 위한 성장형 예술교육, 재능을 발견하고 진로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지역 예술인이 멘토가 되고, 출향예술인들에 대한 새로운 시선이 더해진다면 옥천에서도 꿈의 방향을 잡는 교육이 가능하다.
이제 문화예술교육은 체험 프로그램의 숫자를 늘리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예술인 DB구축, 학교, 평생학습, 문화예술진흥기금이 하나의 정책으로 연결될 때 문화는 일상이 되고, 예술은 지역의 경쟁력이 된다.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이자 우리 모두를 건강하게 만드는 정책으로 바라볼 때, 옥천의 문화는 더욱 변화와 미래가 있을 것이다. 나무와 숲의 깊이, 풀밭과 초원의 넓이가 함께 어우러진 한 폭의 산수화처럼, 모든 세대가 문화와 예술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옥천을 기대해 본다.
사람은 태어나 문화와 만나고,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예술과 함께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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