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 금강변 전선 위에 앉은 천연기념물 ‘황조롱이’, 자연의 품에서 비상을 준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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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 금강변 전선 위에 앉은 천연기념물 ‘황조롱이’, 자연의 품에서 비상을 준비하다
  • 조승국 옥천대청호생태관광지구 자연환경해설사
  • 승인 2026.10.08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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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저녁으로 충북 옥천군 동이면 합금리의 아름다운 금강변 도로를 달린다. 자연환경해설사로 근무하며 늘 자연을 관찰하고 그 가치를 사람들에게 전하는 것이 나의 직업이자 일상이지만 최근 출퇴근길 전선 위로 유독 눈길을 사로잡는 경이로운 존재가 생겼다. 주인공은 다름 아닌 천연기념물 제323-8호이자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등급 외 국가 기후변화 지표종인 텃새 맹금류 ‘황조롱이’다.

푸른 가을빛을 머금은 금강을 배경으로 차가운 콘크리트 전신주와 전선 위에 가만히 내려앉은 황조롱이는 매서우면서도 당당한 자태를 뽐냈다. 렌즈를 통해 자세히 들여다보니 가슴에 선명한 갈색 세로 줄무늬가 유독 돋보였다.

이는 올해 둥지를 떠난 어린 개체이거나 암컷임을 알려주는 생태적 표식이다. 강바람을 깃털로 맞받아치며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특유의 매서운 눈빛으로 주변의 작은 움직임 하나 놓치지 않으려는 듯 먹잇감을 탐색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최고의 사냥꾼이었다.

옥천군 동이면 합금리 일대는 수려한 금강 줄기를 따라 넓은 사구와 강변, 그리고 원시성을 간직한 수풀이 아주 잘 보존된 곳이다. 이는 황조롱이가 가장 좋아하는 쥐나 참새, 개구리, 그리고 대형 곤충 등의 먹이가 풍부하게 살아갈 수 있는 최적의 배후 습지이자 완벽한 사냥터가 되어준다.

과거 산간 암벽이나 자연 동굴에 주로 둥지를 틀고 살던 황조롱이는 최근 도심의 고층 빌딩이나 아파트 베란다, 교량 틈새까지 서식지를 넓히며 인간 사회에 적응해 왔다. 그러나 이처럼 때 묻지 않은 옥천 금강의 품 안에서 만나는 황조롱이의 모습은 인공 환경에 적응한 도심의 개체들과 달리 야생 고유의 건강함과 역동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내 가슴을 더할 나위 없이 벅차게 만든다.

 



현장에서 황조롱이의 사냥 행동을 가만히 지켜보며 문명과 자연의 기묘한 공존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다. 인간이 자연을 가로질러 만든 도로와 전신주, 팽팽하게 당겨진 전선들은 본래 야생 동물들에게 서식지 단절과 위험을 초래하는 위협의 공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리한 맹금류는 인간의 이기심이 만든 인공 구조물을 자신만의 고공 관측소이자 시야가 확보된 완벽한 사냥터로 탈바꿈시켰다. 황조롱이 특유의 정지 비행(Hovering)을 하기 전, 전선 위에서 체력을 아끼며 먹이를 탐색하는 효율적인 생존 전략을 터득한 것이다.

문명이 자연을 밀어낸 자리에서 오히려 인간의 구조물을 역이용해 당당하게 살아남는 야생의 강인한 생명력 앞에서는 깊은 경외감이 밀려올 수밖에 없다. 도로변에서 우연히 마주친 이 소중한 천연기념물이 인간의 시선에 방해받지 않고 무사히 사냥에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은 거창하지 않다.

녀석을 자극하거나 사진을 찍겠다고 가까이 다가가지 않고 멀리서 차분하게 지켜봐 주는 것. 그것이 자연환경해설사인 내가 현장에서 늘 강조하는 ‘거리 두기’이자 우리 인간이 야생 동물과 아름답게 공존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굽이치는 금강의 물줄기와 아슬아슬해 보이는 전선 위, 그 경계에서 당당하게 자연의 법칙을 이어가는 황조롱이의 모습은 옥천의 청정한 생태계가 여전히 건강하게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반갑고 명확한 신호다. 그리고 이 신호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출퇴근길을 나서는 나에게 자연이 건네는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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