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호반 전선 위의 휴식, 기후 변화가 바꾼 후투티의 사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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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반 전선 위의 휴식, 기후 변화가 바꾼 후투티의 사계절
  • 조승국 옥천대청호생태관광지구 자연환경해설사
  • 승인 2026.10.23 1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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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6일 옥천군 안남면 종미리 대청호변의 한 전선 위에 독특한 새 한 마리가 앉아 주변을 살피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독특한 머리깃과 길고 아래로 휜 부리를 가진 이 새는 대표적인 여름철새로 잘 알려진 ‘후투티(Eurasian hoopoe)’다.

대청호의 잔잔한 물결과 수려한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삼은 안남면 종미리 일대는 풍부한 생태 환경 덕분에 다양한 새들의 보금자리가 되어주는 곳이다. 이날 촬영된 후투티는 대청호 주변을 거닐다 잠시 전선 위에 내려앉아 깃털을 고르며 늦여름의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머리 위의 화려한 왕관, 인디언 추장새

후투티는 머리 위에 화려한 깃털 댕기를 가지고 있다. 그 생김새가 마치 북미 원주민 추장의 머리 장식을 닮았다고 하여 대중에게는 ‘인디언 추장새’라는 별명으로 더 친숙하다. 평소에는 깃을 뒤로 눕히고 있지만 경계할 때나 구애를 할 때는 부채처럼 활짝 펼쳐 보이며 화려한 자태를 뽐낸다. 몸은 은은한 주황빛 갈색이며 날개와 꼬리에는 검은색과 흰색의 가로 줄무늬가 선명하게 나 있어 멀리서도 쉽게 눈에 띈다.


잘 정돈된 마당, 후투티 최고의 뷔페

과거 내 집 정원에 날아와 잔디밭을 오가며 땅을 쪼는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던 기억이 있고 또 작년 군청 주차장 옆 잔디밭에서도 보았던 후투티가 이렇듯 인가 마당을 자주 찾는 데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후투티는 딱정벌레의 애벌레, 땅강아지, 지렁이 같은 땅속 곤충을 주식으로 삼는다. 인위적으로 가꾸어진 마당의 잔디밭과 주변 농경지는 이러한 곤충들이 풍부하게 서식하는 최적의 사냥터다. 운이 좋으면 별명다운 화려한 깃털을 뽐내며 잔디 위를 사뿐히 걸어 다니는 후투티의 모습을 눈앞에서 직관하는 특별한 경험을 누릴 수 있다.

 


지구 온난화 속 텃새로 변해가는 여름철새

본래 후투티는 매년 봄철 국내로 날아와 번식을 한 뒤 가을철에 따뜻한 남쪽 지역으로 이동하는 여름철새의 대명사다. 대청호반처럼 먹이가 풍부한 농경지나 숲 근처의 고목에 둥지를 틀고 주로 생활한다. 그러나 최근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겨울철 기온이 상승하면서 번식을 마친 후에도 떠나지 않고 사계절 내내 국내에 머무는 ‘텃새화’ 현상이 전국 곳곳에서 관찰되고 있다.


우리 곁으로 더 가까이 다가오는 자연의 경고

사람을 다소 경계하는 편인 후투티가 번식기나 먹이 활동기에 인가 주변의 고목이나 정원에 깊숙이 찾아오는 것은 역설적인 면이 있다. 옥천 일대의 전반적인 수변 생태계와 환경이 건강하게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반가운 증거인 동시에 한편으로는 기후 변화의 속도가 그만큼 빨라졌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대청호반을 배경으로 전선 위에서 포착된 후투티의 휴식은 지역 주민과 방문객들에게 자연의 경이로움을 선사하는 동시에 우리 주변 생태계가 기후 변화에 어떻게 적응하고 변화하고 있는지를 조용히 웅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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