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떠날 것처럼, 영원히 머물 것처럼”
상태바
“내일 떠날 것처럼, 영원히 머물 것처럼”
  • 유정아기자
  • 승인 2017.08.10 11: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해로 111년 …지역사회의 빛과 소금 역할
개신교와 크게 다르지 않아… ‘성전’만 차이
신부도 사람…똑같이 실수하고 상처도 받아

한국에는 기독교, 불교, 유교, 천도교 등 다양한 종교가 있다. 종교는 모든 사회, 모든 민족에서 보이는 문화 현상으로 그 역사가 인류 역사만큼이나 길다. 올해로 111년을 맞이한 ‘옥천성당’도 오랜 역사만큼 많은 사연을 담고 있다. 본란은 종교 개혁 500주년인 올해를 제2의 종교개혁 원년으로 삼고자 지역에 산재(散在)해 있는 교회, 사찰, 성당 등을 탐방하여 각 종교가 추구하는 목표와 의미, 설립연혁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옥천성당 건물.

▲옥천성당

‘옥천성당’은 옥천읍 삼양리 158-2번지에 있는 청주교구 소속의 가톨릭 천주교회이다. 올해로 111년을 맞이할 정도로 청주교구에서 두 번째로 역사와 전통이 깊다. 지금의 성당 건물은 철근콘크리트 기와집으로 1945년 무렵에 세워졌으며, 지방에 세워진 성당 건축의 전형적 형태를 띠고 있다. 현재 충북도 지역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1940년대의 천주교 성당 건축물로.,, 건축사적으로도 가치가 높아 2002년 2월 28일 등록문화재 제7호로 지정됐다. 530여명의 신자가 있으며, 부설기관인 유치원에 45명의 어린이들이 다닌다. 미사는 매일 하지만 새벽, 오전, 오후로 시간이 다르고 주말에는 이틀간 5번 진행된다.

주영길 토마스 신부님.

▲옥천성당 주영길 토마스 신부

옥천성당의 신부는 주영길 토마스 신부(47)다. 신부는 1997년 서품식을 받은 후 보좌신부를 거쳐 올해로 20년째 신부 생활을 하고 있다. 청주교구 소속인 주 신부는 이곳의 주교가 지정한 성당으로 3~4년을 주기로 계속해서 성당을 옮긴다.

주 신부는 “머무는 성당이 계속해서 바뀌기 때문에 영동군 황간면, 미국 캔자스시티, 병원 등을 거쳐 이곳이 5번째다. 옥천으로 온지는 2년째”라며 “옥천성당은 깊은 전통 덕분인지 신심(信心 의심이 없이 믿는 마음)이 깊은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주 신부는 “언제까지 이곳에 있을지 본인도 모른다. 계속해서 이동해야하기 때문에 정이 많이 들어 서운할 때도 있지만 그때마다 ‘내일 떠날 것처럼, 영원히 있을 것처럼’이라는 선배 신부의 말을 되새기곤 한다. 간절한 마음을 갖고 이곳에 머물고 싶다”라고 말했다.

 

▲천주교와 개신교·비종교인

주 신부는 많은 사람들이 헷갈려하는 천주교와 개신교에 대한 구체적 설명과, 비종교인과 종교인의 조화에 대해서 설명했다.

주 신부는 “성당에 처음 오시는 분들은 개신교와 다른 점을 물어보시지만, 그때마다 ‘차이가 없다’고 대답한다”며 “종교의 구분 없이 성경말씀을 실천하며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 신부는 “두 종교는 같은 성경을 읽고 믿음의 원천이 된다. 굳이 차이점을 찾자면 ‘성전’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성전이란 ‘교부(교회의 아버지), 역대 교황, 성인들의 말씀으로 이루어진 책’이다. 천주교는 성전도 깊은 믿음과 존경심을 갖고 해석한다. 주 신부는 “성전이 필요한 이유는 성경을 올바로 이해하고 해석하기 위해서다. 즉, 성전의 가르침 안에서 성경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것”이라며 “성경만으로는 해석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주 신부는 종교인과 비종교인들의 갈등을 해소하고 조화롭게 지낼 수 있는 방법도 설명했다. 주 신부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하나님)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자라면, 눈에 보이는 상대방을 위해서 더 많은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상대방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면, 결국 그 상대도 언젠간 포기당할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다. 종교를 가진 분을 이해한다면 더욱 더 좋은 관계, 오래 유지할 수 있는 관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십자가 상.

▲예수님의 권한을 대신하는 ‘고해성사’

주 신부는 비종교인들이 ‘고해성사(고백성사)’에 대해 갖고 있는 오해에 대해 설명했다.

고해성사란 ‘신자가 지은 죄를 뉘우치고 하느님의 대리자인 신부에게 고백하여 죄를 용서받는 일’이다. 이를 근거로 하는 성경에는 ‘내가 천국 열쇠를 네게 주리니 네가 땅에서 무엇이든지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요 네가 땅에서 무엇이든지 풀면 하늘에서도 풀리리라’(마태복음 16장19절)는 구절이 있다. 즉 열두 제자들에게 예수의 권한을 대신하여 땅의 신자들이 용서를 구하고 하나님의 나라로 가는 길을 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주 신부는 “현재는 신부가 예수님의 귀로 신자들의 죄를 듣고, 예수님의 입을 대신해서 용서를 말하는 것”이라며 “빌린 권한이기 때문에 인간으로서 용서를 하는 것이 아니며 고해성사의 내용도 절대 발설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법적인 죄를 용서를 구하는 행위가 아니다. 고해성사는 신자의 양심에 대한 죄만 용서하는 것”이라며 “자수하여 절차에 따른 형벌을 받은 뒤 다시 하나님을 향해가도록 제안할 순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고해서 본인이 직접 밝힐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세금은 당연한 의무”

현재 국내의 종교단체 중 유일하게 세금을 내는 종교는 천주교다. 1994년 주교회의의 소득세 납부 결정으로 각 교구마다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고 있다.

주 신부는 “다른 종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종교 여부를 떠나 세금은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한다”며 “수익이라고 표현하긴 그렇지만 신자분들이 헌금으로 내는 돈도, 일부는 국민들에게 돌아가 바른 곳에 쓰길 바란다”고 본인의 소신을 밝혔다.

그러나 각 종교의 상황에 따라 의견이 달라질 수 있음을 인정했다.

주 신부 “신부도 많은 돈은 아니지만 일부 생활비금으로 나온다. 일반인에 비하면 턱없이 적지만 독신의 의무를 지고 주거비와 식비가 들지 않아 부족하지 않다”며 “가정을 꾸려야 하거나 종교인들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순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9일 오후 옥천성당에서 미사를 진행하는 모습.

▲“베풂은 상황이 아닌 마음이 가장 중요”

주 신부는 기억에 남는 신자로, 베풂을 실천하는 신자들을 회상했다.

주 신부는 2002년 황간 지역에 있는 성당에 머물 당시 태풍 루사가 발생했다. 환간면도 피해가 심각해서 세 달여간을 지역 전체가 수해복구에 매달렸고, 주 신부 또한 옷이나 이불빨래는 물론이고 논에 쓰러진 벼들을 일으키는 등 수해복구 작업에 한창이었던 상황을 설명했다.

주 신부는 “태풍으로 집이 완파된 분이 계셨다.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고 다 쓸려 내려가는데 면사무소에서 하는 급식봉사를 하러 오셨다”며 “어떻게 봉사하고 계시냐, 물어보니 건질게 없어서 봉사라도 한다고 답하셨다. 남을 위해 일하는 것이 형편이나 경제적인 것이 아닌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외에 옥천성당에서의 한 신자도 밝혔다.

주 신부는 “형편이 어려운 70대 자매님이 기억난다. 병원에서 청소 일을 하시는 분인데, 꽤 큰돈을 가져오셔서 그 돈으로 낡아서 페인트칠이 떨어진 성녀의 성상을 관리해달라고 부탁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주 신부는 “이렇게 형편에 상관없이 성당을 위해 써달라고 헌금을 내주신 분들이 꽤 있다”며 “평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잘 언급하지 않지만, 본인의 생각을 말하자면 베푸는 삶은 경제적인 문제보다 마음의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부족한 사람이더라도 이해해주길”

주 신부는 비종교인들이 종교인에게 갖고 있는 엄격한 잣대와 편견에 대해서 언급했다.

주 신부는 “사실 종교기관은 착하고 아름다운 사람들만 다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비종교인 중에 ‘예수 믿는 사람이 저래서 난 안다닐 거야’라고 말하시는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하나님의 나라를 향해 나아가는 부족한 존재이기 때문에 비종교인처럼 똑같이 실수하고 상처도 받는다”며 “저 역시 신부라는 직책이 주는 기대가 있지만 본인도 똑같은 사람이다. 단지 조금 더 노력하고 모범을 보이려는 성직자의 자리에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주 신부는 “특별한 재주나 재능이 없어도 기본에 충실한 신자가 되어 미사 안에서 힘을 얻고 성경을 실천하길 바란다”며 “지역사회에서 빛과 소금이 될 수 있도록 격려하고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