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는 불편할 뿐, 미(美)의 전령사 ‘여우솜씨 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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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는 불편할 뿐, 미(美)의 전령사 ‘여우솜씨 퀼트’
  • 도복희기자
  • 승인 2018.06.28 1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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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시설 ‘영생원’ 이용자들의 퀼트 모임
매년 2회 전시회·바자회서 감동스토리 전해

“작품을 만들고 있으면 아프다는 사실을 잊게 됩니다. 한 땀 한 땀 바느질 하면서 여성의 섬세함과 우아함을 맘껏 펼칠 수 있어 바느질하는 이 시간이 참 좋습니다. 아름다운 천의 패턴을 따라 튤립이 되기도 하고 인형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가방이 탄생되기도 합니다.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집중할 때 나의 아픔은 사라집니다. 나는 작품의 몰입을 통해 자유함을 얻습니다” ‘여우솜씨 퀼트’를 10년 넘게 해오고 있는 영생원 이용자 성명란(59), 최면순(64), 정남순(59), 한미라(59) 씨의 말이다. 그들의 손길은 여느 장인의 손길 못지않게 집중돼 있고, 작품을 만드는 모습은 몰입하는 자들의 아름다움이 엿보였다. 그들의 작품 활동을 집중 조명해 보았다.    <편집자주>

△바자회서 만난 아름다운 작품들
지난 22일 지역복지기금마련 바자회 마지막 자리에 있는 부스에서 ‘여우솜씨’ 작품을 처음 봤다. 취재차 나간 자리였다. 갖가지 소품들과 가방, 누비이불 등 손으로 만든 거라고 보기에는 참으로 정교해 보였다. 다양한 색감의 천이 주는 아름다움과 꼼꼼한 바느질 솜씨로 만든 갖가지 모양의 작품들은 어느 것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었다. 한참이나 이것저것 보고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작품들이었다. 누가 만들었는지 궁금해졌다. 바자회가 끝나갈 저녁 무렵 다시 찾아가게 된 이유였다. 진열된 작품들은 다 정리된 상태였고 그곳 관계자에게 누가 만든 것인지 물었다. 그리고 모든 작품이 영생원 자체 프로그램인 ‘여우솜씨’란 퀼트 수업 중에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금요일 저녁이었고 당장 방문이 어려워 월요일 찾아가기로 약속했다.

△10년간 이어온 영생원 ‘여우솜씨 퀼트’
월요일 수업 중이었다. 창가에 비치는 햇살과 조용한 공간에서 그들은 작품을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었다. 천의 색에 맞춰 실을 꿰었고 그들이 바느질 하는 대로 다양한 모양의 소품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강의실 곳곳에 이미 만들어 놓은 것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중 수놓아진 작은 액자가 맘에 들었다. 하나하나 사진에 담기도 했다. 퀼트 작품이 주는 느낌은 따뜻함이었다. 이 수업을 이끌어가는 정재영(49) 지도교사는 “천을 조각조각 모아서 작품을 만들어 갈 때마다 환우들의 자신감 형성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 한다”며 “또 이렇게 만들어진 작품을 모아 전시회도 하고 바자회 참석도 하면서 비장애인과의 자연스런 교류는 사회인으로서의 소통과 함께 자존감 회복에 큰 영향을 미칠 거라 본다”고 말했다.

△퀼트 수업
퀼트란 누비는 작업을 뜻 한다. 천과 천 사이에 천, 베팅, 솜 등을 넣어서 바느질하여 누벼 나가는 작업이다. 다양한 패턴 기법과 아이디어 응용으로 일상에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는 바느질이다. 퀼트는 패치워크(디자인한 조각을 이어 붙이는 것), 아플리케(덧붙이는 것), 퀼팅(누비는 작업) 등의 작업으로 이루어지고 여러 가지 표현과 기법으로 생활에 필요한 창작과 실용성이 작품의 세계로 이어지게 한다.
무기력하고 의욕이 없는 생활인들에게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하면서 무료함을 달래주고 작품 완성을 통한 자신감을 갖도록 한다. 또한 틈틈이 다져온 바느질 솜씨로 취미와 특기를 살리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이를 통해 생활 속의 즐거움을 느껴 자존감을 높일 수 있으며 차분하게 일상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한다. 작품 활동을 통해 불안정한 마음을 정화 시켜 마음의 힐링이 되도록 돕기 위한 것.

△시작?
영생원에서의 퀼트 수업은 1999년에 소근육 강화 활동을 통한 기능상실 방지와 재활을 목적으로 시작됐다. 10년 넘게 수업을 지속해 오면서 충북 정신장애인 재활대회와 전국적인 각종 대회에 참여해 많은 수상을 했다. 이에 영생원은 퀼트 반을 생활인의 삶의 질 향상과 재활을 돕기 위한 대표 프로그램으로 선정, 장기적인 계획을 준비했다.
여러 전시회와 바자회에 참여하고 퀼트체험행사를 꾸준히 마련한 것. 이로써 지역사회에 영생원의 퀼트반을 알리고 참가자들로 하여금 자존감 향상을 도왔다. 작품 전시로 인한 성취감과 정신장애인의 사회 통합과 재활에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취미서 예술로 승화
‘여우솜씨 퀄트반’은 조각원단과 각종 손바느질 기법을 이용한 생활 밀착형 취미활동. 실용적인 소품부터 완성도 있는 수준까지의 기술 과정을 거쳐 왔다. 바느질의 가치를 명품에 한정할 수 없는 또 다른 의미와 가치를 둔 작품을 제작하고자 했다. 작품전시회 및 소규모 판매활동을 목표로 스토리가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 각종 전시회 관람 및 퀼트샵 방문. 비장애인과의 자연스런 어울림을 통해 생활의 활력소가 됐다.
창작 작품 활동을 통해 일상생활능력 및 유동성을 키웠다. 손바느질 기법을 이용해 창의적 작품 완성을 추구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바느질의 따스한 촉각적 미적 가치를 통한 시각적 체험향상을 도모, 무관심 무기력한 이완을 잊고 다양한 시간을 활용하고 있다.

△행복한 전시회
1, 3째 주 월요일 수업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을 가지고 1년에 2회에 걸쳐 하는 전시회는 그들에게 삶의 활력소가 된다는 것이 한결같은 말이었다. 전시회 준비 기간에는 정재영 지도교사를 비롯해 조성홍(46), 최미숙(52), 김경숙(50) 교사도 함께 전시 준비를 거든다고 했다. 교사들은 무엇보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생활인들이 아픔을 잊고 즐겁고 행복해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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