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원9곡, 내 마음에 휴(休)를 담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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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원9곡, 내 마음에 휴(休)를 담다(3)
  • 임요준기자
  • 승인 2018.06.28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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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곡 문암 벽만, 푸른 물결이 굽이도는 곳
제7곡 은병, 주자의 무이도가 7곡 석당사 비유
제8곡 환산, 고리처럼 보인다하여 ‘고리산’
제9곡 삼봉, 안내 가산봉·태장봉, 군북 고절산

푸른 물결이 태극모양을 그리며 굽이도는 곳에 병풍을 펼쳐 놓은 듯한 암벽들이 W자를 이루며 장관을 이룬다. 강가에 오밀조밀한 산세의 경관들, 별천지와 같은 마을. 이곳이 바로 500년 전 조헌과 송시열 선생이 노래한 율원9곡 중 6곡에서 9곡이다. 율원9곡 그 세 번째 마지막 회 속으로 들어간다.

제6곡 문암 벽만
육곡송삼호벽만(六曲松杉護碧灣)
육곡은 상록이 푸른 물굽이를 둘렀으니
소소일경석위관(簫疏一逕石爲關)
쓸쓸한 오솔길 돌이 관문을 이루었네
창애취벽고천척(蒼崖翠壁高千尺)
푸르고 푸른 벼랑 높이가 천 길인데
부앙이유객의한(俯仰夷猶客意閒)
올려다보고 내려다보며 주저하는 나그네 한숨이 한가롭네

군북면 추소리는 옥천의 서쪽에 자리하고 있고, 서쪽의 환산에서 동쪽으로 내려오는 가지능선 말단부에 형성된 계곡부에 입지하고 있다. 문암은 부소담악의 동쪽 부분에 해당한다. ‘벽만’ 즉 ‘푸른 물굽이’는 지명이 아닌 푸른 물결이 굽이도는 지형이다. 시의 2구 ‘소소일경석위관’은 돌이 관문을 이룬다는 뜻으로 대청댐 건설 전까지 석문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추소팔경의 ‘문암독성’ 즉 문바위에 서 있으면 강가에서 들려오는 물 흐르는 소리와 바람소리 새소리 등이 어울려 들리는 것이 마치 글 읽는 소리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제7곡 은병, 벽탄
칠곡건상도벽탄(七曲蹇裳渡碧灘)
칠곡은 옷자락 걷어 푸른 여울 건너며
은병유곡비회간(隱屛幽谷費回看)
은병의 고요하고 넓은 골짜기를 뒤돌아 보네
인어추우림음심(人語秋雨霖霪甚)
사람들은 가을 장맛비 뭐라 하지만
아애비천첨득한(我愛飛泉添得寒)
내가 좋아하는 폭포는 차가움을 더하네

깊은 곳에 숨어 있는 병풍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 ‘은병’. 주자의 무이도가 7곡 ‘석당사(石唐寺)’의 ‘은병’을 원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은병은 군북면 이평리 이탄을 가리키는 동남곡 하류에 해당한다. 굽이쳐 내려오는 물이 여기서도 태극문양으로 굽이쳐 흐른다. 마을 사람들이 평소에는 바지를 걷고 물을 건넜는데 장마가 지면 배를 타고 건너야한다. 원래 ‘배다리여울’로 ‘배 주(舟)’로 써야하는데 일제강점기에 ‘배 이(梨)’로 써서 ‘이탄’이라 했다. 시퍼런 물이 굽이도는 아늑한 물가에 수직의 암벽이 병풍을 펼쳐놓은 듯, 영문자 ‘W’의 형상이다. 은병은 병풍을 펼쳐 놓은 것 같은 형상이라고 하나 암벽의 일부만을 확인할 수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제 8곡 환산
팔곡궁림안활개(八曲穹林眼豁開)
팔곡은 높은 숲이 눈앞에 펼쳐졌는데
강만요곽수동회(岡巒寥廓水東廻)
산부리의 고요한 물은 동쪽으로 돌아가네
추원희문경운수(秋原喜問耕雲수)
가을 들판에 구름을 가는 늙은이의 기쁜 소식은
위도이삼가객래(爲道二三佳客來)
도를 행하는 두엇 반가운 손님이 온다네

군북면 이백리・환평리・추소리・이평리・증약리・환곡리에 걸쳐 있는 환산(고리산)을 보고 돌아가는 강줄기와 강가에 펼쳐진 오밀조밀한 산세의 장관을 노래하고 있다. 특히 1구의 내용처럼 ‘높은 숲이 눈앞에 펼쳐졌는데’는 조헌이 7곡 벽탄까지 이동하던 중, 환산 방향을 보고 읊은 구절로 추정된다. 또한 ‘산부리의 고요한 물은 동쪽으로 돌아가네’의 구절도 위치상 7곡 벽탄 즈음, 환산을 바라본 상태의 자신의 방향에서 물의 흐름이 동쪽으로 휘돌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환산은 고리처럼 보인다하여 ‘고리 환’자를 써서 이른 말이다. 또는 ‘고리산’이라 부르기도 한다. 해발 581m로 환산 정상부와 이 산봉우리의 남쪽 줄기를 따라 이어지는 곳곳의 산봉우리에 고리 모양으로 축성됐다. 현재 가장 서쪽의 성터는 성벽이 높이 4m 정도로 남아 있고, 북동쪽에 경사가 완만한 비탈을 반달 모양으로 에워싸고 성문터가 있다. 성 안에는 지름 8m의 커다란 웅덩이가 있고, 이것을 중심으로 동북쪽으로 봉우리마다 석축의 보루들이 배치되어 있는데, 모두 테뫼식의 작은 규모로 둘레가 150m 내외다. 자연할석을 가지런히 쌓아올린 성벽은 거의 수직이며, 가파른 산기슭을 최대한 이용하고 있다.

환산은 예전에 봉수대가 있어서 조선 시대 초기부터 문헌에 기록된 산이다. ‘세종실록지리지’에 "봉화가 2곳이니, 월이산은 이산현 동쪽에 있고, 남쪽으로 영동 박달산에, 북쪽으로 본군 환산에 응한다. 환산은 군의 북쪽에 있다. 서쪽으로 회덕 계족산에 응한다"라고 기록돼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를 비롯하여 ‘여지도서’, ‘대동여지도’, ‘1872년 지방지도’ 등에도 환산 혹은 환산봉수가 표시되어 있다. ‘조선지지자료’에는 "환평산(골이산)은 군북일소면 감로리에 있다"라고 기록돼 있다. 골이산 혹은 고리산의 뜻을 한자로 표기하면 '환산'이 된다. ‘한국지명총람’에는 환산의 다른 명칭 '고니산'이 기록돼 있다. 이와 함께 환산 중턱 바위에 '고리' 자국이 있는데 옛날에 이곳이 바다가 되어서 배를 매었다는 전설을 소개하고 있다. 환산 남동사면에는 군북면 환평리 고무실이란 마을 지명도 이와 관련이 있다. 환산성은 6개 보루가 위치하고 있다.

제 9곡 삼봉
구곡삼봉대숙연(九曲三峰對肅然)
구곡은 삼봉을 숙연하게 마주보니,
원산서무격남천(遠山西騖隔南川)
멀리 떨어진 산은 서쪽으로 내달리고 남쪽은 내에 막혔네
암송계류장신항(巖松溪柳裝新巷)
바위의 소나무와 시냇가 버드나무는 새롭게 마을을 감싸니,
과시진환별개천(果是塵寰別箇天)
과연 여기가 속세의 별천지로다.

‘삼봉’은 지금 안내면 가산봉과 태장봉, 군북면 막지리에 있는 고절산을 가리킨다. 4구의 별천지는 석호리 마을로 이른다. 다시 말해 삼봉은 노성산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의 일부에 해당하고, 현재 수몰되어 일부 물에 잠긴 석호리 마을 앞의 세 봉우리로 추정된다.
또한 별개천으로 지칭되는 곳은 석호리 마을로 추정되는데, 마성산에서 북쪽으로 뻗는 능선의 말단부에 형성된 마을이다.

전순표 옥천향토전시관장은 “부소담악에서 용호리 구간의 암벽은 기기묘묘하다. 겉에서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게 최고의 경관을 지니고 있다”며 “1시간 코스 관광유람선을 띄운다면 옥천 최고의 관광명소가 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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