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시 / 아카시아 (Robinia pseudoacacia / Acac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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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시 / 아카시아 (Robinia pseudoacacia / Acacia)
  • 정홍용 화인산림욕장 대표
  • 승인 2018.07.12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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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용 화인산림욕장 대표

“동구 밖 과수원 길 아까시아 꽃이 활짝 폈네. 하이얀 꽃 이파리 눈송이처럼 날리네” 어린이들의 청아하고 정겨운 이 노랫소리를 들으면 웬지 모르게 동심의 세계로 빨려들게 되고 희미해져가는 고향의 향수를 듬뿍 느끼게 한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까지 ‘아카시아’로 알고 있던 아카시아나무가 실은 ‘아카시아’가 아니고 ‘아까시’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아까시로 불러 주고 싶고, 또 그래야만 되지만 너무나도 오랫동안 불리워진 아카시아란 이름을  아까시로 부르기에는 많은 시일을 요할 것이다.  외국인들에게 한국에도 아카시아가 있다고 했다간 큰 코 다칠 일로 스스로 무지함을 인정하게 되는 것이니 주의해야 한다.

진짜 아카시아는 호주가 원산지로 열대지역에 분포되어 있으며, 호주 북부, 인도네시아, 말레시아, 미얀마, 타이, 베트남 등지에 많이 자생하고 있다.
학명에서 보듯이 아카시아는 분명히 Acacia로 표기되어 있으나 아까시는 가짜라는 수식어인 pseudo가 앞에 붙어 있어 확연히 구별이 된다.

아까시나무는 일제 강점기와 6.25로 인해 황폐해진 산야을 보호할 목적으로 임시방편 사방용으로 북미에서 일본을 거처 1907년에  들어온 외래목이다.
이 아까시가 사방용은 물론 연료림으로 지대한 역할을 했으며 밀원으로도 가장 공헌 하고 있는 나무라고 할 수 있다.

5월이 되면 만개한 아까시에서 훈풍을 타고와 코끝을 자극하는 아까시 특유의 향기는 누구에게나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하고 신록의 봄을 만끽하게 한다.
양봉업자들에게는 영양가가 풍부하고 향이 좋으며 당도가 높은 고마운 나무로 이 아까시 꽃을 따라 부지런히 벌통과 씨름을 해야 하는 바쁜 일상이 시작된다.

토끼를 잡거나 개를 잡으면 벗겨진 가죽을 소중히 그늘에 말려 까시손을 만들어 아까시를 벨 때 유용하게 썼으며, 윳놀이 할 때 손쉽게 잘라 윳을 만들 수 있는 나무가 아까시나무이다.  나무에서 연탄, 가스, 전기로 취사와 난방이 바뀌자 동네 주위의 야산과 하천가에 그렇게 흔하게 자생하던 아까시가 어느 듯 슬기머니 사라지고 있다.

25m 이상 자라는 성목도 뿌리가 얕게 뻗어 사방용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하나 강한 바람과 태풍에  쓰러져 버려서 이제는 다른 나무들 틈새에 끼어  자생하고 있다. 
성목이 되면 가구재와 건축재로도 쓸 수 있으나 대부분 성목이 되기 전 연료로 썼으므로 성목으로 군락을 이룬 곳이 거의 없어 목재로서 활용도는 극히 낫다.

요즘 보라색 아까시를 밀원용 보다는 관상용으로 심고 있는데, 이 나무는 미국과 스페인에서 최근에 들어 온 것이다.

고무나무 가격이 서서히 오르자 식탁과 의자 가구재로 아카시아의 수요가 늘게 되어 1997년 11월 필자에게 아카시아 주문 의뢰가 들어와 자주 다녔던 아카시아 집산지인 말레시아령 사라왁(Sarawak)주(州) 꾸칭(Kucing)으로 날아갔다.

아카시아나무는 건조 후 뒤틀림이 적고 단단해 대패질과 못발은 잘 받지 않는 반면 일단 제품을 만들어 도장을 하면 결이 선명하여 식탁과 의자용으로 제격이다.

말레시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자 보르네오 섬에 있던 영국 식민지였던 곳을 말레시아로 편입 시켜 사라왁주, 사바(Sabah)주가 되고, 석유 부국 브루나이(Brunei)를 제외한 네덜란드 식민지였던 곳을 칼리만탄(Kalimantan)으로 요즘은 구별해 부르고 있다. 그러므로 보르네오섬 중 인도네시아령이 칼리만탄인 셈이다.

꾸칭은 사라왁주의 주도(州都)로서 그 주변과 멀리 떨어진 빈트루(Bintulu), 미리(Miri), 코타 키나발루(Kota Kinabalu)까지 아카시아는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
얼른 외형만 보아도 아까시의 사촌임을 금새 알 수 있었으며 아까시꽃은 흰색인데 아카시아꽃은 노란색 일색 이었다. 우리나라 양봉업자들이 보면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로 아카시아 꿀은 너무나 저렴했으며 기념품가계 마다 넘쳐나고 있었다. 아카시아나무는 식탁과 의자 완성품으로 주로 유럽과 북미로 수출되고 있다. 
아카시아 벌목공으로 네팔인들이 많이 와 있어 네팔 어디에서 왔느냐고 물었더니 구르카(Gurkhas) 지방에서 왔단다.

그들은 험한 지형과 악조건 하에서도 불평 없이 무거운 체인쇼(Chain saw=기계톱)도 잘들 다루고 험한 일도 마다않고 잘들 한다고 칭찬이 자자했다.
영국은 자기들 식민지였던 네팔의 험난한 산악과 지리적 악조건에도 산을 잘 타고 용맹한 구르카 지방 젊은이들을 엄선해 특수훈련을 시켜 세계 최정예 병사로 훈련, 1,2차 대전은 물론 크고 작은 분쟁 지역의 난공불락 전투에 투입하여 혁혁한 전과를 올려왔다.

1982년 영국령 포클랜드(Folkland)섬을 아르헨티나가 선전포고 없이 점령하여 지루한 전쟁이 계속되자, 영국은 구르카 병사를 투입, 75일간의 격전을 승리로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아르헨티나군은  배수진을 친 수직에 가까운 배후 수십m 절벽으로 이루어진 곳으로 쳐들어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는데, 구르카 병사들은 특기인 절벽을 타고 기습했던 것이다.
이번(2018.06.12) 싱가폴 북. 미 정상회담 시 싱가폴 정부는 구르카 경찰 특공대를 요소요소에 잠복 시켜 만일의 사태에 만전을 기했다.

영국 식민지였던 싱가폴은 구르카 병사의 진가를 익히 알고 있었으므로 365일 허구 헌 날 국제회의가 빈번해 구르카 경찰 특공대를 창설하여 그에 대비하고 있었다.
꾸칭 공항의 싱가폴 행 비행기에서 혹시나 제시카 알바 같은 이반족 아가씨가  손을 흔들어 줄 것 같아 열심히 기창을 내다보았지만 때마침 세차게 내리는 스콜(squall)이 방해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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