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경야화, 농부화가 ‘이철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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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야화, 농부화가 ‘이철승’
  • 도복희기자
  • 승인 2018.11.01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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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고 졸업, 서울대 동양화 전공
귀농 후 전시회·문화원 강사 활약

이철승, 그는 농부화가다. 청성면과 옥천읍 대천리를 오가며 농사를 짓는다. 낮에는 밭에 나가 농삿일을 하고 밤에는 그림을 그린다. 추수가 끝난 11월부터는 본격적으로 그림만 그린다. 그가 살고 있는 아파트 거실 한쪽에 작업대가 놓여 있었다. 그의 작업실이다. 1991년 서울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한 후 27년 간 그림은 그의 도반이었다. 한때는 그림으로부터 멀리 물러서 생활전선에 매달려 보기도 했으나 그림은 운명처럼 곁에서 떨어져 나가지 않았다. 서울에서의 모든 걸 접고 고향인 옥천으로 귀농한지 15년째, “화가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이철승, 농부화가의 예술에 대한 담론을 들어볼 수 있었다.<편집자 주>

△ 이철승 작가가 말하는 ‘아름다움’
“창문을 열면 어떤 아름다운 풍경이 보이는 곳에 살고 싶다. 그러나 대부분 현실은 벽이다. 그 암담한 벽에 그림을 걸어두는 것. 내가 바라보고 싶은 이상향을 암담한 현실에 걸어둠으로써 꿈을 꾸게 하는 것이 예술의 세계”라고 이철승 작가는 말했다. 그의 작업실 벽에는 직접 그린 미녀도와 산수화가 걸려 있었다. 그는 “아름다운 풍경과 미녀들 속에 사니 이보다 행복한 공간이 어디 있겠느냐”며 환하게 웃었다.

이 작가에게 아름다움이란 ‘자연스러운 것, 타고난 것, 그대로의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사회적 관계 속에서 아름다움은 그 분야의 최고가 되는 것이겠지만, 자연계에서 아름다움은 관찰과 깊은 사색을 통해 발견할 수 있다며 이름 없는 들풀도 유심히 바라보고 있으면 아름답다고 확신했다. 이어 예술가는 일상인들이 놓치는 아름다움을 관찰과 사색을 통해 찾아내고 화가는 그림을 통해, 작가는 글로, 음악가는 곡으로 감동을 주는 자들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화가는 망원경적인 눈과 현미경적인 눈을 동시에 가져야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 크고 깊게 보고 가장 잘 알아야 표현할 수 있다고 부드럽지만 분명하게 어필했다.

△ 서울에서 다시 옥천으로
이철승 작가는 1967년 옥천에서 나고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냈다. 옥천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한 그는 대학원 진학을 위해 3년 동안 준비하고 도전을 했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그러던 중 우연히 청주에서 올라온 같은 과 친구로부터 “또 도전할 거냐며 이미 내정된 것”이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 그는 순수함과 열의만을 가지고 도전하면 될 거라는 생각을 버렸다.
이 작가는 미술대학을 졸업한 사람이라면 대부분이 꿈꾸는 삶, 대학교수가 되어 안정된 경제활동과 명예를 누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작품 활동을 하며 기득권으로 여러 가지 알파들을 즐기면서 풍요와 안락 속에 살기를 바랬다고 털어 놓았다. 하지만 이런 기회는 부자가 천당 가는 것만큼이나 적다고 했다. 대학원을 포기한 후로 그는 그림 쪽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곧바로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무역회사, 인테리어 회사에서 10년 간 일했지만 수중에 남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지쳐만 가는 서울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인 옥천으로 내려왔다. 귀농은 그가 살기 위한 방편이었다.

△ 다시 시작한 그림
옥천에 내려온 후 2003년 ‘옥천미술협회’ 발기인대회에 초대를 받았다. 협회에서 1년에 한번 전시회를 개최했고, 전시회에 작품을 내면서 그림을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옥천은 붓을 꺾었던 한 작가를 다시 그림을 그리게 하는 터전이 됐다. 이 작가는 옥천군의 지원을 받아 2009년 12월 첫 개인전 ‘제1회 이철승한국화전(옥천도서관전시실)을 개최한다. 이어 2010년 이철승 한국화전(대청문화전시관), 청원미술관 초대 이철승 한국화전, 2013년 충북문화재단 지원으로 ‘이철승 한국화2013전’(충북문화관숲갤러리)를 연다. 그는 현재 옥천문화원 문화교실 한국화 강사로 활동 중이다.

△ 그림은 자신이 보고 느끼는 것
그림을 어떻게 감상해야 하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 작가는 “그림은 작가에 의해 1차 창작이 이루어지고 관객에 의해 2차 창작이 이루어지는 것”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그림에 대해 ‘나는 몰라요’라고 하는데 그림은 모르는 것이 없다. 자기 자신이 보고 느끼는 것”이라고 했다. “평론가에 의해 그것처럼 오해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스스로 미술관이나 전시회에 다니면서 보고 즐기는 것이 그림을 감상하는 방법”이라고 명료하게 전했다. 그는 또한 “대가나 위대한 작가는 없다”며 “모든 화가는 똑 같다. 자신이 좋아해서 하는 것이고 대가는 주변이나 여론이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 지금 그대로…
이 작가는 그림뿐 아니라 글도 쓰고 전각도 한다. 앞으로 지금처럼 농사를 지으며 그림을 그려 나갈 거라고 했다. 아름다움을 관찰하고 발견해 그림으로 표현해나가는 것이 자신의 기쁨이라는 것. 그는 욕심을 내지 않았다. 물 흐르듯이 자신이 발견한 아름다움을 표현하며 살아가길 바란다고 했다. 넓고 깊은 시각으로 작가가 발 딛고 있는 옥천의 아름다움을 그림으로 표현해 나갈 것이라고. 작가가 발견한 아름다운 세계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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