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년간 한결같은 맛을 잇는 옥천 ‘초량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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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년간 한결같은 맛을 잇는 옥천 ‘초량순대’
  • 도복희기자
  • 승인 2018.08.09 11: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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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어머니가 고향 황해도 그리며 ‘황해집’으로 첫 시작
그 손맛 그대로 김숙희 대표의 초량순대 미식가 몰려

옥천초량순대 김숙희(65) 대표의 친정어머니가 처음 순댓집을 시작했을 때 황해도에서 내려왔다고 해서 ‘황해집’이라고 했다. 옥천역 우시장 앞에서 시작했다. 4남 3녀 일곱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그녀의 어머니가 처음 시작한 장사였다. 어머니가 이북 사람이다 보니 이북에서 해먹던 방식 그대로 이어서 하고 있다. 생계를 위해 친정어머니(고 박승자 씨)가 시작한 순댓집을 이어받아 2대째하고 있는 옥천초량순대을 찾아가 75년간 이어온 맛의 비법을 들었다. 아직까지도 전국에서 초량순대집을 찾아 문전성시를 이루는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 친정어머니의 손맛
“순대 속의 70%가 야채로만 합니다. 부추, 양파, 파, 당면, 두부 등 갖가지 재료로 속을 채우고 있어요. 어머니가 알려준 요리법 그대로 한결 같이 하고 있습니다”라고 김숙희 대표는 말했다. 초량순대의 맛을 비법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녀는 간단 명쾌하게 어머니가 알려준 그대로 하는 것 이라고 웃으며 대답했다.

옥천 오일장이 서는 날이면 이곳은 앉을 자리가 없다. 장꾼들은 허기를 달래기에 이만한 음식이 없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손님 중 한명은 “이 집 순대는 담백하고 촉촉한 맛이 일품이고, 고기는 잡내가 없고 더없이 부드러워서 한 번 먹으면 다시 생각나게 하는 맛”이라고 줄줄이 맛에 대한 평가를 이어갔다.

일일이 손으로 만드는 초량순대를 먹고자 평일에도 오후 12시경에는 홀이 꽉 차고 포장해 가는 손님들도 꽤 많이 있었다.

김숙희 대표는 “손님들이 하나도 안남기고 맛있게 먹고 갈 때 기분이 좋다”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 인심은 ‘덤’
40년 동안 어머니가 해오던 가게를 그녀가 이어받은 지 35년이 됐다. 그동안 단 하루도 쉰 적이 없다. 주말엔 서울, 부산, 대전 등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외지 손님들로 가게 안은 북적인다. 초량순대 맛이 전국적으로 알려진 이유도 있겠지만 한 끼 식사를 대접하는 것은 김숙희 대표의 후한 인심도 손님들을 불러 모으는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 대표는 손님들에게 더 좋은 음식을 주고 싶어 했다. 더 많이 담아주고 싶어 하는 것이 확연히 눈에 띄었다. 손님이 “그만 줘요”할 때 까지 담았다. “지난번에도 많이 줘서 배부르게 맛있게 먹었어요”라고 순대를 사가려고 온 손님이 말했다.

“그래도 일하는 사람들이 먹는 건데 많이 줘야지요. 열무김치도 좀 싸줄까요. 금방 담근 건데. 다음엔 신랑하고 같이 와서 먹어요. 아프지 말라고. 그래 아저씨하고 꼭 같이 와서 먹어요”라고 단골인 듯한 손님에게 말을 건넸다. 건강을 염려하는 마음이 그대로 드러났다. 음식을 담는 손놀림이 바빠졌다. 인심을 얹어 건네는 그녀의 마음을 읽어서인지 한 번 다녀간 손님들은 대부분 단골이 된다고.

▲ 김숙희(왼쪽) 대표가 언니 숙자 씨와 다정한 포즈를 취했다.

△ 초등학생 때부터 가게 도와
어머니가 가게를 열었을 때 김숙희 대표는 초등학생이었다. 그녀는 바쁜 어머니를 도와 가게 일 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초등학생 때부터 장사하는 것을 도운 셈.
남편 박재철(66) 씨를 만나 결혼 한 후 남편의 거처인 진영에 나가 살게 됐다. 그러다 친정어머니가 나이가 들어 더 이상 가게 일을 못하게 되자 옥천으로 와서 가업을 잇게 된 것. 초량은 시어머니가 살던 동네이름이다.

김 대표의 여동생(김숙예·62)은 금산에서 ‘금강올갱이’라는 식당을 하고 있는데 동생 역시 어머니가 하던 순대를 만들어 팔고 있다. 언니(김숙자·67)의 아들 박성용(44) 씨 역시 ‘채움푸드(양수리 204-1)로 초량순대를 유통 판매하고 있다. 3대째 이어가는 가업인 셈.

△ 200년 대 잇는 가게 되길
김 대표는 35년간 성실하게 일해 왔다. 그녀의 성실한 생활 덕분에 가게도 사고 집도 땅도 장만했다고 말했다. 이 모든 게 어머니가 물려주신 순대로 이룩한 결과물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열심히 살아서 이제 먹고 살만하다고.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다보니 이제 몸이 힘들다는 그녀는 지금은 쉬어가면서 일한다고 했다.

현재 하루 매출이 150여만 원. 한 달 4~5000만 원 수익을 올리고 있는 이 가업을 그녀는 아들이 이어가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그녀의 아들 박문태 씨는 ‘싸이’라는 호프집을 하고 있는데 어머니의 뒤를 이어 가게를 이어갈지는 아직 미지수다. 황해도 순대 맛을 계속 맛볼 수 있게 100년 200백년 오래된 가게로 남아있길 기대하게 하는 특별한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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