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과 절차에 관한 강의를 불시에 교수들이 진행하는데는 애로사항이 있었다. 지금까지 강의를 맡아 했던 부장들과 과장들에게 모든 자료를 교수에게 넘겨주고 일정 기간 함께 교수들의 강의 준비를 돕도록 후속 조치도 마련했다.
그리고는 바로 인증평가위원장인 서울대 윤순녕 교수와 기준개발위 원장인 연세대 고일선 교수에게 연락하여 취지를 설명하고, 평가원에 와서 우리 직원들과 함께 내용을 숙지하고 연구하는 준비시간을 내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
두 교수는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내어 평가원에서 인증평가를 위한 준비에 열과 성을 다해주었다. 전문대학 4년제 간호학과 지정심사 역시 운영특별위원회 교수들을 중심으로 설명회를 진행하도록 준비하였다.
그 시기, 2012년에 열린 전문대학 4년제 지정심사 특별운영위원회가 열렸다. 교육부에서는 평생교육국장이 참석했다. 회의 중에 교육부 국장이 내게 물었다.
“전문대학 4년제 간호학과 지정심사는 언제 끝내서 간호교육 4년제 일원화가 달성됩니까?”
그 질문에 나는 이렇게 답했다.
“그건 제가 교육부에 묻고 싶은 질문입니다. 교육부가 간호교육 4 년제 일원화를 위한 심사를 위탁하여 우리 평가원이 4년제 지정심사를 열심히 진행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교육부는 이 목표에 역행하여 매년 3년제 간호과를 신설해주었더군요. 이런식으로 교육부가 매년 3년제를 무분별하게 계속 신설해주는 한 우리 평가원은 끊임없이 그 신설대학을 4년제로 지정하기 위한 심사를 계속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지정심사를 종료하기 위해서는 교육부가 지정심사정책과 배치되는 3년제 신설을 내년부터라도 당장 중단해야 합니다.”
그러자 국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원장님 말씀이 맞는 것 같습니다. 내년부터는 3년제 간호과 신설을 절대 하지 않도록 약속드리겠습니다.”
교육부 국장의 이 약속은 우리 간호계에 아주 중요한 약속이었다. 간호교육 4년제 일원화 방안으로 전문대학 4년제 지정심사는 이미 시작되었지만, 그때까지도 3년제 간호과 신설은 매년 계속되고 있는 모순된 상황이 계속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회의가 끝난 후에도 나는 국장에게 3년제 간호과 신설의 부당성을 설명하고, 중단해 줄 것을 재차 강조했다.
당시 간호학과 졸업생의 취업률이 90% 이상 되면서 간호학과 경쟁률은 해마다 크게 치솟았다. 당연히 간호학과의 인기는 각 대학교에서 상위권을 달렸고, 간호학과가 없는 대학교에서는 지역구 국회의원들까지 나서서 사활을 걸고 지역에 간호학과를 신설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게 현실이었다.
교육부로서는 그만큼 3년제 신설중단이 어려운 결정일 수밖에 없었다. 국장과의 약속이 있은 후 2013년, 2014년 2년간 3년제 간호과 신설이 단 한 건도 없었다. 교육부에서 약속을 지켜준 것이다. 3년제 간호과 신설을 막은 것만으로도 대단한 성과였다. 그 사이 우리 평가원은 전문대학 4년제 지정심사의 종료 시점을 계획하고 마스 터플랜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러나 머릿속에서는 여전히 떠나지 않는 의문이 맴돌고 있었다. 간호계 대표로 국회 보건복지위원으로 있는 모의원은 무분별한 간호학과 신설에 왜 제동을 걸지 않고 있는 것일까? 의과대학 신설을 철저히 막고 있는 의사 출신 의원과 너무 대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